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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속이면 ‘속수무책’…전세사기 사각지대, 피해자 ‘발 동동’

데일리안 조회수  

계약서 위조해 보증보험 가입했다 뒤늦게 탄로

임대인 잠적, 임차인 날벼락…피해규모 200억 추산

HUG “사적 계약 일일이 서류 위조 검증 어려워”

“기존 제도 활용만 잘해도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해”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허위로 작성한 서류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허위로 작성한 서류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허위로 작성한 서류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찰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최근 부산에서 오피스텔 180실가량을 소유한 임대사업자 A씨가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임차인들은 지난달 30일 HUG로부터 보증보험 취소 통보를 받았다.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담보대출 등 선순위 채권과 임대차계약 금액의 합이 건물 가액을 넘어서면 안 된다.

A씨는 가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고, HUG의 가입 심사를 통과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허위로 제출한 임대차 계약서는 A씨가 소유한 180실 가운데 일부에 해당한다. 문제는 A씨가 소유한 오피스텔 전체를 공동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탓에 정상적인 계약서가 제출된 호실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일제히 취소됐다. 호실당 전세보증금이 1억~1억60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임차인들은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물건이란 점에서 안심하고 거주했는데, 가입한 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뒤 돌연 가입이 취소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한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2개월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 임차인도 생겼다.

임차인들은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물건이란 점에서 안심하고 거주했는데, 가입한 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뒤 돌연 가입이 취소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한다.피해 임차인 제공.ⓒ데일리안DB
임차인들은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물건이란 점에서 안심하고 거주했는데, 가입한 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뒤 돌연 가입이 취소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한다.피해 임차인 제공.ⓒ데일리안DB

한 피해 임차인은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도 되고, 보증보험 가입도 된 터라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묵시적 계약 연장까지 진행했다”며 “그런데 8월 말 갑자기 보험 가입이 취소됐단 문자가 왔다. 같은 처지의 피해 임차인이 현재는 70명까지 불어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임차인은 “중개사는 근저당 금액이 조금 있지만, 신축이고 집주인이 다른 건물도 여러 개 갖고 있어 이 정도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된다는 말에 더 마음을 놓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6개월 넘게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서류가 조작됐으니 보험 가입이 취소됐다고 하면 집주인은 사라지고 남은 임차인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털어놨다.

현재 임대인이 접수하는 보증보험 가입 절차상 임차인을 통해 관련 내용을 재확인하는 과정은 없다. 또 개개인의 사적인 계약인 만큼 제출된 서류의 위조 여부를 일일이 검증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HUG 관계자는 “HUG의 보증보험은 사후적인 안전장치다. 약관에 따라 사기 허위 계약서를 제출한 것이어서 보증 취소를 한 것”이라며 “다만 개별 호실마다 선순위 채권이 20억원 정도 잡혀있었을 텐데, 중개업자가 계약 과정에서 위험 고지를 제대로 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사실상 계약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할 물건”이라고 했다.

일선 임대사업자들은 기존 제도만 잘 활용해도 어느 정도 이 같은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단 견해다. 각각의 제도가 따로 놀면서 관련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적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LH도 HUG도 같은 국토부 산하 기관들 아니냐. LH가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렌트홈’에서 보증보험 가입 시 제출한 서류와 임대차계약 변경 신고 때 제출한 서류를 HUG에서 대조만 해볼 수 있었더라면 이번 일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또 보증서 발행 과정에서 임차인, 임대인에게 통지하게 돼 있는데, 보증 금액이 얼마인지 세부 내역을 알려줬더라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신청하는 것이고, 임대인이 제출한 서류로만 검토가 이뤄진다. 임차인에게 별도로 확인하는 과정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크로스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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