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7도(화씨 98.6도)가 사람의 정상 체온이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령, 성별, 신장, 체중 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대 감염질환 역학 교수 줄리 파스네트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08~2017년 사이에 스탠퍼드 의료센터를 방문한 성인 외래 환자의 총 61만 8000여회 구강체온 측정 자료를 최근 분석하자,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 건강 전문매체 헬스데이뉴스가 지난 5일(현지시각) 밝혔다.
연구팀은 각 환자의 나이, 성별, 몸무게, 키, 약물, 건강 상태와 함께 하루의 시간 변화를 추적했다. 또, 체온 측정 자료가 질병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체온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과 약물을 골라냈다. 그러자 체온 상승과 연관된 감염성 질환, 제2형 당뇨병 등 환자들이 분석 대상에 제외됐다.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성인의 정상 체온은 섭씨 36.2도~36.7도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전체 평균은 36.6도였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36.5도에 근접한 값이다. 정상 체온 편차의 25%는 연령, 성별, 신장, 체중, 낮 시간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체온은 남성이 여성보다 낮았고, 연령과 신장이 올라가면 감소하고 체중에 따라 증가했다. 새벽에 가장 낮았고, 오후 4시께의 따뜻한 기온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가령 키가 크고 체중이 적은 80세 노인의 아침 시간대 정상 체온은 20대 비만 여성의 오후 시간대 정상 체온보다 1도가량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섭씨 37도는 19세기 독일의 의사인 카를 분더리히가 확립한 후 거의 200년간 발열이나 질병의 경중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한 성인에게서 체온이 더 낮게 측정돼왔다. 2017년 영국 성인 3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체온은 섭씨 36.6도로 나타났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정상 체온이 섭씨 36.4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번 연구를 주도한 줄리 파스네트 박사는 “의사를 포함한 대부분은 여전히 사람의 정상 체온이 37도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정상 체온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며, 37도만큼 높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발열을 판정하는 개인별 기준 및 정상 체온이 낮거나 높은 것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최신 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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