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2편으로 두 달 만에 도합 1천만뷰…웹툰OST·이모티콘까지 인기
아바타로 활동하는 버추얼 걸그룹…참여 중시하는 Z세대 마음 끌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아이돌과 웹툰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컬처'(한국 문화)의 주요 축이다.
둘을 조합한 아이돌 콜라보레이션 웹툰이 몇 년째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음원 시장에서 불타던 인기가 웹툰으로까지 옮겨붙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최근 이런 전례를 깨고 버추얼(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의 웹툰과 음원이 동시에 인기를 끌어 주목받고 있다.
◇ 웹툰 2편 출시 두 달 만에 합쳐서 1천만뷰…OST 하루 새 100만 스트리밍
3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은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누적 조회수 총 619만회(8월 24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보다 한 달 뒤인 7월 20일 처음 공개된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의 누적 조회 수는 330만회였다.
약 두 달 만에 이세계아이돌을 소재로 한 웹툰 2편으로 1천만뷰에 가까운 조회 수를 달성한 셈이다.
웹툰 OST도 인기다.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의 OST ‘락다운’ 뮤직비디오는 6월 22일 공개 후 유튜브에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올랐고, 조회수 529만회를 기록했다.
해당 OST 음원이 21시간 40분 만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해 버추얼 아이돌 가운데 처음으로 멜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 OST ‘어나더 월드’의 음원은 7월 24일 공개 직후 18시간 20분 만에 1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해 역시 멜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18일 발매한 싱글 ‘키딩’은 공개 11시간 만에 100만 스트리밍에 도달하고, 탑100 최상위권까지 올라 음원 시장에서 버추얼 아이돌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이모티콘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의 일상’,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의 일상’은 출시 직후 며칠간 전체 인기 1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 기성세대엔 생소한 버추얼 걸그룹…Z세대에겐 실제 아이돌과 다름없어
신드롬에 비견될만한 이런 인기의 중심에는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과 그 팬덤이 자리하고 있다.
버추얼 걸그룹은 만화 캐릭터 같은 2D 아바타를 내세워 가수로 활동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기성세대라면 세기말 등장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을 떠올릴지 모르겠으나, 버추얼 걸그룹은 아바타 뒤에 실제 사람이 있고 얼굴이나 실명만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21년 아이네, 징버거, 릴파, 주르르, 고세구, 비챤 6명의 멤버가 이세계아이돌로 데뷔한 이후 벌써 싱글앨범 3개와 웹툰 OST 2개를 내놨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으로 팬 미팅이나 쇼케이스를 열고, 유튜버처럼 실시간 방송을 통해 팬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어떻게 실제 얼굴도 모르고 좋아할 수 있느냐는 생각은 ‘잘파세대'(10∼20대 초중반, Z세대+알파세대)에게는 어리석은 질문에 불과하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에 익숙한 어린 세대에게는 캐릭터 아바타가 움직이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이들은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캐릭터와 말투, 성격에 열광할 뿐 실제 모습을 밝혀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 팬들이 함께 만들고 즐긴다…작가진 “웹툰에 멤버별 캐릭터성 녹여”
이세계아이돌의 웹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팬들의 높은 참여도가 꼽힌다.
두 편의 웹툰은 카카오엔터와 스트리머 우왁굳, 4명의 작가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이세계아이돌의 팬이기도 하다.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을 만든 머클·갈가알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질의를 통해 “덕업일치”(취미와 직업이 같다는 뜻)라며 “팬으로서도,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서도 좋은 기회라 생각해 웹툰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원을 넘어 이세계아이돌’의 글과 그림을 맡은 여비날·남궁둘기 작가도 “평소 꿈을 가지고 늘 노력하는 이세계아이돌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웹툰화 소식을 듣고 ‘더 많은 사람에게 꿈을 나눠주는 만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작가부터가 팬이기 때문에 웹툰 곳곳에 멤버들의 특징이나 팬들에게 유의미한 요소를 녹일 수 있었다.
여비날·남궁둘기 작가는 “이세계아이돌의 캐릭터성을 이야기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자 했다”며 “초창기부터 이세계아이돌 방송을 애청하며 쌓아온 지식이 있었고, 그런 세세한 부분에서 나오는 재미를 팬들도 보며 즐길 수 있는 요소로 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머클·갈가알 작가도 “작중 아이돌과 팬의 관계에 대입되는 마법소녀와 마법요정 간 관계성 묘사, 각 멤버의 개성을 반영한 변신 의상과 전투방식을 만드는 것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팬의, 팬에 의한, 팬을 위한 콘텐츠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실제 인물을 2D의 웹툰 캐릭터로 가공하는 데 비해 버추얼 걸그룹을 웹툰 캐릭터로 옮기는 게 위화감이 적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언급된다.
또 아이돌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빡빡한 이미지 관리보다는 재미에 더 신경을 썼다는 점도 주효했다는 평도 나온다.
머클·갈가알 작가는 “웹툰으로서의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이세계아이돌을 모르시는 분들도 재밌게 보도록 구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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