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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MBTI는? 나도 같다면 부자가 될까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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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요즘 MZ세대에서 ‘MBTI’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브릭스와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MBTI가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버핏의 MBTI를 파악하기 위해 신상정보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1930년 태어난 워런 버핏은 백인 남성이며 약 1200억달러(158조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네브래스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수업을 들으며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버핏은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 자산의 99%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MBTI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4가지 척도로 성격을 구분해서 ENTJ, ISTP 등 16가지로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건데요. 너무 성격을 정형화시켜서 바라본다는 단점도 있지만, 전반적인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MBTI의 4가지 선호경향/사진=한국MBTI연구소
MBTI의 4가지 선호경향/사진=한국MBTI연구소

4가지 척도는 ①내향(Introversion)-외향(Extroversion) ②직관(iNtuition)-감각(Sensing) ③감정(Feeling)-사고(Thinking) ④인식(Perceiving)-판단(Judging)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버핏의 MBTI는 무엇인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핏의 MBTI는 ISTJ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유명인사들의 MBTI를 추측해서 투표하는 퍼스널리티 데이터베이스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272명의 네티즌이 버핏의 MBTI를 추측했는데, 이중 170명(62%)가 ISTJ에 투표했습니다. INTP에 투자한 네티즌도 64명(24%)에 달합니다.

버핏의 MBTI는? 나도 같다면 부자가 될까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ISTJ 유형은 팩트를 중요시하며 실용적이며 민감하며 체계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버핏 역시 팩트에 기반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투자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버핏은 심층적인 내재가치 분석을 통해서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기업을 찾는 과정을 따르고 있는데요. 버핏이 이미 입증된 방법에 집중하면서 직감이나 미래에 대한 예감보다는 측정가능한 결과를 중시하는 것도 ISTJ 유형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1. 내향형(I) > 외향형(E)

하나씩 살펴볼까요? 일단 버핏을 내향형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결혼 후에도 하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서 자료를 뒤적거리고 투자에만 몰두한 사람이 바로 버핏입니다.

버핏은 2017년 HBO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 되기(Becoming Warren Buffett)’에서 “나는 여전히 하루에 5~6시간씩 읽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버핏다운 말인데요, 외향형이랑은 좀 거리가 멀지요.

그런데 버핏을 단순히 내향형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버핏은 젊었을 때 대중 연설을 두려워했지만 21살 때 데일 카네기의 대중 연설 강의를 듣고 나서는 대중 연설에 익숙해졌습니다. 지금도 버핏은 매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5시간 넘게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종종 CNBC방송에 나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눌 정도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기고 있습니다.

2. 감각형(S) > 직관형(N)

버핏 같은 감각형은 실제의 경험을 중시하며 현재에 초점을 맞춥니다. 버핏이 이미 입증된 방법에 집중하면서 직감이나 미래에 대한 예감보다는 측정가능한 결과를 중시하는 것도 감각형이기 때문입니다.

직관형은 육감과 영감을 중시하며 미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신속하고 비약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다양한 공상을 즐기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없나요? 네,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INTJ)입니다.

사실 버핏은 취미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따분하고 재미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읽으면서 기업을 연구하고 돈을 버는 게 버핏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기 때문입니다. 오감을 중시하는 버핏은 사후세계나 머스크 같은 직관형이 좋아할 만한 우주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버핏이 흥미가 없는 대상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건 유명한데요. 버핏은 1989년 당시 소니 회장이었던 모리타 아키오가 주최한 저녁 만찬에서 최고급 오마카세(맡김차림)를 대접받았지만, 15개 코스가 끝날 때까지 거의 입을 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은 뒤, 버핏은 최악의 경험이었다며 “다시는 일본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면 한 번씩 먹어볼 만도 한데 말이지요.

3. 사고형(T) > 감정형(F)

이것도 쉬운 문제입니다. 버핏은 당연히 사고형입니다. 사고형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보를 논리적으로 비교·분석해서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대개 자신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구요. 딱, 버핏을 얘기하는 것 같지 않나요?

감정형은 상황 친화적이며 객관적인 기준보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부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또 조화로운 인간 관계를 추구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노력합니다.

아시다시피 버핏은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것보다 객관적인 사실, 특히 숫자를 다루는 데 능합니다. ISTJ형은 재무 문제나 인생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이 부족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정하다고 오해받을 수 있지만, 투자에는 딱입니다.

워런 버핏의 딸 수잔 버핏/사진=블룸버그
워런 버핏의 딸 수잔 버핏/사진=블룸버그

딸인 수잔 버핏이 출산 전 부엌을 리모델링 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4만1000달러(약 5400만원)를 부탁했을 때 버핏이 한 말은 “은행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대출)하렴.”이었습니다. 그런데, 버핏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또 515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합니다. 이처럼 버핏은 전형적인 사고형(T)인데다가 그 정도가 보통 사람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4. 판단형(J) > 인식형(P)

버핏은 판단형입니다. 판단형은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으며 철저히 사전계획을 하고 체계적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식형은 목적과 방향은 바뀔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투자를 봐도 버핏은 영락없는 판단형인데요, 자신의 원칙과 규범을 정하고 철저히 거기에 맞는 주식에만 투자합니다.

버핏은 ①사업을 이해할 수 있고 ②장기적인 경제성이 좋으며 ③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이 있으며 ④인수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 기준에 맞지 않은 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정리해보자면 버핏 같은 ISTJ 유형은 감각형(S) 성격을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를 수집해서 사고형(T) 성격을 이용해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이들은 강인한 마인드의 사고 방식을 취하며 사실을 분석할 때 무심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버핏은 항상 상당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감정이나 개인적인 선호 및 편향의 개입을 배제해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버핏은 시즈캔디, 가이코, 데어리퀸, 프루트오브더룸 같은 회사를 인수하고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고, 애플 등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ISTJ 유형은 너무 무심해지거나 너무 논리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아버지에게 4만1000달러를 부탁한 딸에게 은행에 가보라고 한 게 좋은 예입니다. ‘투자의 귀재’가 자상한 아버지 역할까지 하는 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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