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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운전’ 이어지는 자전거 사고 다발 지역… 안전불감증·부족한 인프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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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6시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역 사거리. 서울약령시장과 정릉천을 찾는 보행자와 차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불법 주행을 일삼는 자전거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인도와 차도를 넘나드는가 하면, 신호에 걸린 차들이 잠시 멈춘 사이 교차로를 가로질러 좌회전을 하기도 했다. 안전모를 쓴 자전거 운전자 역시 보이지 않았다. 주민 정모씨(34·남)는 “걸어 다닐 때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많다”며 “이 근방이 상습 정체 구역인데 차도에서 느긋하게 페달을 밟거나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자전거 운전자들이 한몫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곳에선 지난해 총 4건의 자전거 사고가 일어나 3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같은날 오후 7시께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 사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호대기로 차들이 정차하자 차도로 달리던 자전거 한대가 차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가는 자전거도 있었다. 자전거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 김모씨(60·여)는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건 좋은데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잠깐 내려서 건너간다고 많이 늦게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지난해 4건의 자전거 사고가 일어나 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제기동역 사거리와 상왕십리역 사거리는 모두 도로교통공단이 선정한 ‘자전거 사고 다발 지역’이다. 도로교통공단은 매년 자전거 사고 현황을 분석해 사고 다발 지역을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전국 213곳이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반경 100m 이내에서 자전거 사고가 1년에 4건 이상 발생한 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55곳, 대구 29곳, 경상북도 10곳, 부산 6곳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국내 자전거 사고는 2018년 1만2389건, 2019년 1만3693건, 2020년 1만3754건, 2021년 1만3469건, 지난해 1만3270건으로 연평균 1만3315건이 발생했다. 이 기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969명이 나왔다.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불감증과 열악한 인프라 등이 지속적인 자전거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자전거 사고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자전거 인명사고의 39.1%는 교차로에서 발생했는데, 주된 원인으로 교통신호를 준수하지 않는 자전거 운전자의 운전행태가 지목됐다. 보고서는 또 “자전거 사고가 자전거 전용도로보다 일반도로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도심 내 자전거 운행 여건 부족이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자전거 사고 다발 지역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전거 인프라를 일거에 조성할 순 없겠지만 사고 다발 지역에라도 선제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 다발 지역 중 물리적으로 인프라 개선이 어려운 곳은 사고 다발 지역임을 알리고 하차해 끌고 가는 것을 안내하는 현수막과 표지판을 부착하는 등의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똑같은 사고 다발 지역이라도 그 이유는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특징 분석이 시급하다”며 “신호 위반 등 공통 사안에 대해선 주의를 알리는 안내문 등을 부착하고, 지역별 사고 원인에 대해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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