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윤삼씨(50·가명)는 금요일마다 ‘혼술’을 즐기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금요일 저녁마다 회식에 나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택했다. 허전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최근엔 퇴근 후 인근 편의점에 들러 고급 위스키를 구매해 아내와 함께 안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씨는 “몇 년 전까지는 ‘금요일 저녁=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런 문화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며 “시끌벅적한 직장에서 나와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 내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유통업계 풍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서는 금요일을 중심으로 주류 판매량이 증가했고 조금 마시더라도 품질 좋은 술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며 단가가 높은 고급 주류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일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발간한 ‘직장인 주류 구매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1일~6월31일)에 직장인들의 편의점 주류 구매액은 3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 구매액 변화를 살펴보니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서 구매액이 증가했고, 특히 금요일의 증가율이 25.5%로 가장 높았다. 주종 별로는 고가의 주류가 인기를 끌었다. 리큐르 구매액이 489.2% 늘었고 위스키도 141.9% 증가했다. 그러나 맥주와 와인은 각각 5.6%와 6.4% 감소하며 인기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60대 연령층에서 편의점 주류 구매액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연령별로 구매액의 증감을 살펴보면 60대의 구매액이 40.7% 증가한 것으로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50대(30.8%), 30대(5.2%), 40대(1.3%) 순으로 높았다.
반면 20대의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해 역성장했다.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던 지난해에는 20대를 중심으로 편의점에서 주류를 사들이며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 내 회식이 줄어들면서 혼술 및 홈술 문화가 급부상, 50·60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며 “여기에 고물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주류를 찾는 이들이 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직장 문화에 가장 익숙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는 30년 이상 사회 생활하며 코로나19 이전 구식의 회식 문화를 가장 뼛속 깊이 받아들인 이들”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직장 문화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가시적인 통계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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