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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車수리, 절반 이상이 ‘SW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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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국내 전기차 동호회에 최신 전기차 ‘EV9’ 차량 소유주는 주행 중 동력 상실 경험담을 올리며 “1억 원 가까운 신차를 인수했는데 3일 만에 죽을 고비를 2번 넘겼다”고 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쏟아졌다. 기아는 이달 해당 차종에 대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갔다. 후륜 구동 모터 제어장치의 설계 오류를 바로잡을 무선(OTA)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시행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초 BMW ‘X5’ 신차를 구매한 김모 씨(52)는 5월 충북 청주시에서 부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계기판이 꺼지는 아찔한 현상을 겪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급히 갓길로 이동해야 했다. 비슷한 오류가 다른 차량에서도 계속되자 7월 BMW코리아는 계기판 컨트롤 유닛 오류에 대한 SW 업데이트를 위해 리콜 공고를 했다. 김 씨는 “이후에 다른 오류가 생겨 서비스센터에 맡겨도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허탈해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장치로 진화하면서 SW 결함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전체 리콜 사례들 중 SW 문제가 원인이 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28일 본보가 국토교통부의 리콜 사이트에서 최근 10년 치(2013년 1월∼2023년 7월) 리콜 및 무상 수리 공고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사후 조치로 SW 업데이트를 실시한 차량은 올해 1∼7월 131만9712대로 전체 중 52.2%로 나타났다. SW 조치 차량은 2019년(192만799대)부터 100만 대를 넘기기 시작했고 2021년 273만2507대까지 치솟았다. 2013년 5416대와 비교하면 10년도 안 돼 SW 오작동 가능 차량 수가 400∼500배로 뛴 것이다.

SW 결함 증가 이유는 자율주행이나 스마트폰 등과의 연결 등 디지털 기능이 대거 적용된 차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차량 등도 기존 내연기관차량들보다는 훨씬 많은 전자부품과 SW가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는 90만6569대로 전년 동기(83만3598대) 대비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량 판매 대수는 40.2% 늘어 증가세가 훨씬 가팔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SW 기능이 대거 들어간 친환경차나 고가 차량이 많이 팔리며 관련 오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주행이나 탑승자 안전과 연관된 SW 기능들에 대해선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창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 간사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에 대한 불신감과 차량 수리에 따른 피로감을 줄 수 있다”라며 “완성차 업체는 차량 출고 전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사후 대처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관련 SW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전망한 국내 미래차 산업기술 인력 수요는 2018년 5만533명에서 2028년 8만9069명으로 10년 새 4분의 3 이상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공급 수준으로는 이 정도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고급 차의 경우 SW 기능 구현을 위해 1억 줄의 코드를 짜야 하는 시대”라며 “그런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선 문제가 발생해도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확인하기 힘들어진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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