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선 오래전부터 ‘치맛바람’이 불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치맛바람’은 연예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특히 가요계에서 도드라지는데, 아이돌(가수)이 대부분 10대부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속사와 정산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그룹 피프티 피프티, 그리고 판타지 보이즈로 데뷔할 예정이었던 유준원의 중심엔 ‘부모’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먼저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6월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정산 자료 제공 의무와 멤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의무 등 소속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엔 멤버들 보다, 부모가 더 자주 등장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상표권 출원은 멤버들이 아닌 그 가족들의 이름으로 진행됐고, 지난 19일 피프티 피프티 사례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멤버들은 편지 한 장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과 달리 부모들은 직접 제작진과 전화 인터뷰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유준원 역시 소속사와의 분쟁에서 부모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유준원은 MBC ‘소년판타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된 그룹 판타지 보이즈로 데뷔할 예정이었지만,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펑키스튜디오,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 등과 수익 분배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포켓돌은 유준원 및 그의 부모와 여러 차례 논의를 했지만 유준원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익 배분 요율 조정을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해당 사안과 관련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유준원의 모친은 “콘서트, 방송뿐만 아니라 음원, 음반, 굿즈 등 모든 정산에서 준원이가 6이고 회사가 4입니다. 잘못 전달된 거겠죠? 이렇게 아님 계약 못할 것 같아요”라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포켓돌은 계약 진행 과정에서 유준원의 부모는 그를 두 번에 걸쳐 무단 이탈 시킴과 동시에 팀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현재 유준원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계약을 마치고 오는 9월 21일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앞서 언급된 두 사안 모두 부모가 아주 개입하지 않을 수는 없다. 멤버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와 상의해 결정한다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아직은 자기결정권이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에는 분명 ‘선’이 있다. 계약 당사자인 소속사와 자녀 사이에서 부모는 제3자여야 한다. 더구나 양측의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깃장을 놓을 것이 아니라, 올바른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돕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실제로 부모들의 무리한 개입은 소속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결국 팀이 와해되기까지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룹 카라가 대표적인 예다. 2011년 카라는 소속사였던 DSP미디어에 수익 갈등을 겪으며 소속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몇몇 멤버의 부모가 중심이 돼 소속사를 상대로 집단 움직임까지 벌이면서 팀이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 다시 갈등 봉합에 들어갔지만 결국 계약이 만료된 뒤 멤버들이 팀을 떠났다.
무려 10여년이 흐른 일이지만 최근 카라가 완전체로 복귀할 때도 일명 ‘카라 사태’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이는 멤버들이 개별 활동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피프티 피프티를 봐도 그렇다. 부모를 앞세워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피프티 피프티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극히 일부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은 한 그룹은 물론, 자신의 자녀의 추락까지 부추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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