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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에게도 안돼요” 아산병원 의사가 꽁꽁 숨긴 ‘이 약’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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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5> 강동화 뉴냅스 대표 인터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만난 다섯 번째 주인공은 뇌와 연애에 빠진 강동화 뉴냅스 대표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동화 뉴냅스 대표/사진=김유경 기자

“디지털 치료제(DTx), 뇌가 먹는 약이죠.”

한 해 뇌졸중 진단을 받는 사람은 몇 명일까. 국내에서만 무려 62만명에 이른다. 그중 15%, 약 9만명은 시야장애를 겪는 걸로 집계된다. 시야장애는 눈에 문제가 없지만 뇌 시각중추가 손상돼 시야가 매우 좁아지는 증세다.

환자는 너무 당황스럽고 괴롭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이걸 해결하겠다고 나선 한국의 스타트업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20년간 신경과 의사로 재직중인 강동화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뉴냅스(nunaps)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서울 선릉 ‘디캠프’에서 강동화 대표를 만나 현직 의사로서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고 연구개발에 나섰는지 들었다.

치료법도 없던 시야장애, ‘이것’하면 개선됐다


강 대표는 2003년부터 20년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에 재직중이다. 2017년 11월말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뉴냅스를 창업하고 올해 6년째다. 그는 뇌손상(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개선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입으로 먹거나 주사를 놓는 약이 아니다. 눈에 특정한 자극을 주고 훈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적용한 ‘기기’로 구성된다. VR(가상현실) 장비처럼 생겼다. 강 대표는 이를 ‘뇌가 먹는 약’이라고 정의했다.

강 대표는 “뇌가 연애 상대”라고 할 만큼 뇌에 푹 빠진 의사. “다시 태어나서 또 의사가 된다면 신경과를 택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시야장애 환자를 봐 왔음에도 치료법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의사로서 과연 잘 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 무렵 해외에서 시지각 훈련법을 접했다.

인터뷰하는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와 강동화 뉴냅스 대표/사진=김유경 기자

특정 시각자극에 대한 반복 훈련을 받으면 ‘시지각’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본다’는 것은 결국 눈으로 들어온 신호를 뇌에서 인식한 결과다. 뇌손상이 아주 심하면 회복이 안되지만 뇌조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때 눈만 정상이라면 다시 활성화된 뇌조직을 통해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시야장애 치료기는 지각학습, 심리학, 뇌과학, 임상신경학 등을 융복합해 이 지각 훈련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다. 강 대표는 환자들이 때로 눈물까지 흘리며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하지만 회사를 세운 2017년만 해도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강 대표와 동료들은 2019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이것이 디지털 치료제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렇게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 임상 승인을 받아 이목을 끌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활짝 열리는 계기도 됐다. 다만 당시 개발한 ‘뉴냅 비전’이 임상 단계를 넘지는 못했다. 이에 성능을 높인 ‘비비드 브레인 2.0’을 개발, 임상에 재도전한 상태다.

강 대표는 “올해 안으로 확증 임상시험이 끝날 것”이라며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식약처로부터 인허가를 받고 수가를 받아서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질문)와 강동화 대표(답변)의 일문일답.



Q) 창업한 계기는.

A) 교수가 되고 나이 마흔이 됐을 때 고비가 왔다. 정말 이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인가 회의가 들었다. 마침 해외연수 기회가 생겨, 포닥(박사후 과정) 같은 기분으로 보스톤 소재의 시지각 학습 연구실을 찾았다. ‘시지각 학습’을 접하고 바로 든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치료법이 없어 고통받고 있는 ‘시야장애 환자들에게 적용하자’였다. 그렇게 창업을 하게 됐는데 제 인생에서 참 잘한 선택 중 하나다.

Q) 디지털 치료제가 뭔가.

A) 디지털 소프트웨어 형태를 가진 치료제다.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형태가 소프트웨어여야 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하고 예방하는 목적이어야 하며 △임상적으로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사진= 조수아 디자인기자

Q) 디지털 웰니스와 다른가.

A) 약도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이 있고 건강기능식품 있지 않나. 디지털 웰니스는 이른바 명상을 한다면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에 다 도움이 되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 값싸게 쓸 수 있는 거고 질병에 특이한 기전이 없다. 하지만 치료제는 어떤 질병을 타깃으로 하고 어떤 작용을 통해서 이 병을 낫게 한다는 그런 메카니즘이 분명히 있다. 기업들도 디지털 웰니스 즉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할 거냐 아니면 전문의약품 즉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거냐 선택해야 한다. 일부는 둘 다 개발하는 회사들도 있다.

Q) 처음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나.

A) 아니다. 애초에 시야장애 환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창업했다. 2019년 1월 식약처에 확증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하고 나서 3월에서야 ‘아 이게 디지털 치료제구나’ 싶었다. 2019년 3월 8일, 제가 직원들한테 다 얘기했다. ‘드디어 우리의 정체성을 찾았다. 우리는 디지털 신약을 만드는 곳이야. 하지만 식약처로부터 승인받기 전까지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부모님한테도 얘기하지 마. 처자식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Q) 그게 국내 첫 임상 승인을 받았다.

A) 그 확증 임상시험 계획이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게 6월이었다. 7월에 이걸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 디지털 치료제라는 화두를 처음 던진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 뒤에 여러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나오고 지금은 산업군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Q)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A) 지금은 VR 디바이스를 써서 집에서도 훈련받을 수 있지만 2011년에 처음에 이걸 개발했을때 그런 게 없었다. 환자분들이 연구실에 와서 암실에서 훈련 받았다. 한 환자분에게 동의를 구했더니 그분이 약간 눈물을 글썽이셨다. 왜 그러시냐고 여쭤봤더니 자기는 이게(시야장애) 너무 불편한데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너무 절망적이었다, 지금은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기쁘고 행복하다고 하시더라. 이게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분은 한 달 훈련 받고 완전히 다 좋아졌다.

Q) 그 제품은 허가를 받았나.

A) 임상시험 거의 막바지에 실패했다. 원래 의약품 임상시험에서는 진짜 약(치료군)과 가짜 약(대조군)을 만들어야 한다. 대조군은 아무 치료를 받지 않아야 하고. 또 참가자들이 치료군인지 대조군인지 모르게 해야 하는데 이것을 ‘맹검’이라고 한다. 2019년에는 가이드라인도 전혀 없고 그랬다. 저희는 완벽하게 맹검을 유지하려고 대조군에도 치료 효과가 비슷하게 있는 걸 넣었다. 그래서 첫 번째 탐색 임상시험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가 또 완전한 실패는 아니더라. 그 결과를 가지고 더 개량된, 더 나은 치료제를 만든 계기가 됐다.

인터뷰하는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와 강동화 뉴냅스 대표/사진=김유경 기자

Q) 향후 계획은.

A) 올해 안으로 확증 임상시험이 끝날 것 같다. 목표는 올해 안으로 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식약처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거고 그 다음 수가를 받아서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임상 시험에 성공하면 좋은 의학 잡지에 기고를 해야 한다. 논문으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뇌졸중에 의한 시야장애 외에 다양한 형태의 질환들도 치료할 수 있나.

A) 그렇다. 녹내장같은 안과적 질환에서도 시각 정보를 결국 뇌가 인지하는 것이다. 좀 제한된 환경에서도 정보가 뇌를 활성화시켜서 앞에 있는 세상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개념으로 저희 디지털 치료제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Q) 전세계에서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이 제일 잘된 곳이 우리나라다. 그 둘이 결합된 디지털 치료제는 우리나라의 다음 먹거리가 될 것 같다.

A) 몇 년 전 미국의 어떤 기업이 (디지털) 약물중독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찾아갔다. FDA에서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보통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나뉘는데 그 전에 보지 못한 소프트웨어 형태의 치료제가 생긴 거다. FDA에서 오랫동안 숙고 끝에 어쨌든 마약 중독, 약물 중독 치료 앱을 허가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제에 전 세계적으로 많이 관심을 갖게 됐다.

Q) 교수로서 창업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이해 못하는 분도 많았다. 사업,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지 않나. 그래서 요즘 환자들 중에도 기업가들 보면 존경한다. 누군가에게 월급을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존경할 일이다. 제가 월급을 주는 입장이 돼보니까 보통 일이 아니더라.

Q)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A) 창업에 관심있는 분들이면 이미 새로운 일에 열정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권할 만하다. 내가 사업가로 맞는가는 걱정할 필요없다. 다들 너무나 다르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끝까지 버텼다는 점이다. 하나의 성공을 위해 무수히 실패한다. 끝까지 버틸 힘이, 맷집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Q) 명망 있는 교수님과 사업가, 마지막에 선택해야 한다면 뭘 하고싶나.

A) 둘 중에 하나라면 사업가다. 사업가로 기억되고 싶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강동화 대표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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