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위해 등록 말소된 중고차…보관료 아끼려 무료주차장에 방치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인천 연수구 송도꽃게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7)씨는 지난 14일 도로변의 무료 공용주차장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번호판도 없는 낡은 차량 20여대가 오랜 기간 주차면만 차지하고는 방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번호판이 없는 차량은 수출을 위해 등록이 말소된 중고차”라면서 “낡은 차량이 가게 앞을 가로막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꽃게거리 일대 상인들은 인근 중고차수출단지(옛 송도유원지 터)에서 활동하는 업자들이 보관료를 아끼려고 수출 대기 차량을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일부 차량에는 리비아 등 수출 목적지와 뜻을 알 수 없는 아랍어 등이 적혀 있었다.
상당수 차량에는 이동을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계고장도 붙어 있어 오랜 시간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박씨는 “손님들이 가게 앞에 방치된 차량을 보고 자리가 없는 줄 알고 그냥 가시는 경우도 많다”며 “안 그래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정말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옥련동 주민 조비연(64)씨는 “중고차 상인들이 새벽이면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차)에 중고차를 실어다가 이곳에 몰래 주차하고 있다”며 “공영주차장뿐만 아니라 골목에도 차량을 방치해놓다 보니 주민들이 정작 주차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그동안 이들 차량을 강제로 이동하는 견인 조치를 하지 못했다.
현행 주차장법 관련 판례에 따라 지정된 주차구역 내에 있는 차량은 장기간 방치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수구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7개월간 송도꽃게거리 일대 공영주차장에 방치되고 있던 무등록 수출 대기 차량 430여대를 단속하고도 계고장 부착 조치만 했다.
구는 최근에야 법률 자문을 거쳐 이들 차량을 견인하거나 이동제한 장치를 설치하는 등 제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강력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구는 이와 함께 말소 차량의 도로 주행 등 각종 불법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신고하는 주민감시단도 발족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15일 “그동안 진행했던 계도 활동과 달리 앞으로는 1차 계고 조치에 불응하면 이동제한 장치를 설치하고 이후 견인까지 할 계획”이라며 “말소 차량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예고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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