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 고지’를 눈앞에 뒀다. 2015년 11월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주도로 브랜드가 출범한 이후 7년 10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세계 3위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까지 새 이정표를 찍으며 글로벌 자동차 명가(名家)로 입지를 굳히는 분위기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량은 7월까지 국내(68만2226대)와 해외(30만1490대)를 모두 합해 누적 98만3716대가 판매됐다. 매달 약 2만 대가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 내 100만 대 판매량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는 2020년 처음 10만 대를 돌파(13만2450대)한 이후 2021년 20만1415대, 지난해 21만5128대로 증가했다. 올해도 1∼7월 13만5778대가 판매돼 연간으로는 작년 실적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제네시스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브랜드 출범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만들어졌을 때 정 회장은 ‘제네시스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현대차에 고급차 DNA를 심고자 했다.
제네시스는 그저 ‘가성비’가 뛰어난 브랜드로 알려져 있던 현대차의 이미지에 가려지지 않기 위해 독립 브랜드로 분리됐다. 정 회장은 201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열린 브랜드 출범식에서 제네시스를 직접 소개하면서 힘을 실었다.
제네시스는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대표 모델인 ‘G80’은 2018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안정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G90’은 모터트렌드 2023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인지도를 나타내는 해외 판매 비중 또한 지난해 말(80만83대) 기준 37.2%에서 올해 7월 기준 41.3%로 늘었다. 이는 2020년 ‘GV80’ 출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이 추가된 이후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에서 전년(4만9621대) 대비 13.7% 늘어난 5만6410대가 팔렸다. 그러면서 전년보다 20.4%가 줄어든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4만6619대)를 처음 추월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의 독립 브랜드인 렉서스(25만8704대)와 아큐라(10만2306대)도 각각 미국 판매량이 15.0%와 35.0% 감소했다.
양적으로 빠르게 질주 중인 제네시스는 앞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제네시스의 모든 신차를 전기차 모델로만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현대차를 가성비 브랜드에서 명품 브랜드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며 “이제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미래 모빌리티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선봉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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