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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미·중 경기…韓경제 불확실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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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는 하반기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긴축 경계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성장률 불안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한국은행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 경제는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국은 전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2월부터 매월 상승폭을 줄이더니 지난달 2년 반 만에 결국 하락세로 꺾였다. 하반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했던 한은과 정부도 예상보다 더 안 좋은 중국 경기에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수출·수입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4.5% 줄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입도 12.4% 급감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수출입 증가율이 동시에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00년 이후 이번을 포함해 4차례이지만 이번 수출입 절벽 국면이 가장 심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면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경제가 반등하긴 힘들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달리 여전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시장에선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나오는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지난달 상승률(3.0%)을 웃도는 수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종료를 선언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아직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86%로 압도적이지만, 미국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지금처럼 고용과 소비가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면 긴축기조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국제유가는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9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6%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7% 상승한 배럴당 84.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각각 7개월,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과 미국의 수요 증가 기대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321.8원까지 오르며 지난 6월30일(1323.7원) 이후 한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 부진과 미국의 긴축 경계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1315.7원에 개장했으나, 곧바로 상승 전환해 오전 9시50분 현재 1317.3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달 미국 FOMC 전까지는 환율 변동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한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오는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인데, 일각에선 기존 전망치인 연 1.4%를 낮출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상당히 부진한 상황이어서 올해 연 1.2%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한은도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안 좋지만, 반대로 미국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더 좋을 것으로 보여 서로 상쇄되면 기존 전망치 1.4%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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