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경기서 9승…최하위서 4위로 수직 상승 ‘마법’
팀 최소 볼넷 허용 압도적 1위…경기 시간 줄고 선수단 체력 올라가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는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이다.
1루수 박병호(37), 2루수 박경수(39), 3루수 황재균(36), 유격수 김상수(33), 포수 장성우(33)로 이뤄진 내야진은 10개 구단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이런 탓에 kt는 선수단 체력 관리를 고민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체력이 떨어지는 7∼8월을 고비로 판단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다. kt는 7월 이후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이후 26경기에서 19승 7패 승률 0.731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1위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최근 10경기에선 9승(1패)을 쓸어 담았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어느새 4위까지 올라갔다. 2위 SSG 랜더스와는 3경기 차이로 좁혔다.
kt는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비밀은 ‘볼넷’에서 찾을 수 있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후 투수들의 볼넷 억제력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프로그램과 훈련을 진행했다.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도 볼넷 기록을 눈여겨봤다.
볼넷을 줄여야 경기 시간이 단축되고, 선수들의 체력 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kt는 ‘볼넷’을 경기 승패의 요소를 넘어 한 시즌 선수단 관리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여겼다.
kt는 올 시즌 엄청난 볼넷 억제력을 보인다. 9이닝당 내준 팀 볼넷이 2.84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이 부문 2위 키움 히어로즈(3.25개)를 크게 앞서고, 최하위 SSG(4.34개)보다는 30% 이상이 적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7월 이후 9이닝당 팀 허용 볼넷 기록을 살펴보면 격차는 더 늘어난다.
kt는 2.19개로 압도적인 1위다. SSG(4.5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 기간 kt 선발 투수들의 볼넷은 더 줄어든다. 9이닝당 단 1.77개만 내줘 압도적인 최소 볼넷 1위다.
kt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7월 이후 9이닝당 볼넷이 0.21개의 엄청난 기록을 냈다.
웨스 벤자민은 0.87개로 리그 2위, 윌리엄 쿠에바스는 1.72개로 7위, 엄상백은 2.03개로 11위다.
볼넷 기록은 다양한 형태로 팀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경기 시간이 짧아졌다.
kt의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9분으로 최소 시간 전체 1위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3시간 21분)보다 매일 12분씩 일찍 경기를 마치는 셈이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7월 이후 kt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6분으로 키움(3시간 23분)보다 17분이 짧다.
수비 시간만 놓고 보면 kt 선수들이 받는 부하는 타 팀보다 훨씬 적다.
30대 베테랑들이 폭염을 뚫고 버티는 이유다.
8월 이후 7경기에서 타율 0.520을 기록 중인 내야수 황재균은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 투수들이 빠른 템포로 정면 승부를 펼쳐줘서 수비 시간이 타 구단들보다 훨씬 짧다”며 “투수들 덕분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체력 관리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투수들이 짧게 이닝을 처리해주니 야수들이 수비에서 실수를 안 하고 타석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한다”며 “이런 배경 때문에 좋은 승률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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