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얼키고 설키지만, 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조춘자(김혜수)와 권상사(조인성)의 관계다.
전국구 밀수왕인 권상사는 밀수판에서 거대하고 무서운 권력이다. 권상사는 등장만으로 춘자를 벌벌 떨게 하고, 손가락만한 작은 커터칼 하나로 순식간에 그 잔혹함을 드러낸다.
춘자는 살기 위해 권상사와 손을 잡고 밀수판에 합류한다. 권상사와 춘자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권상사에게 춘자는 자신의 밀수 사업에 큰 역할을 할 군천항을 뚫어줄 활로이고, 춘자 역시 권상사와 딜을 통해 한 몫 단단히 챙길 셈이다.
권상사가 춘자에게 ‘너와 나는 수평 관계가 아닌 수직 관계’라고 말하는 대사는 두 사람의 완벽한 비즈니스 관계를 단편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들은 조금 헷갈린다. 죽음을 코 앞에 둔 위기 상황 속 춘자를 안전한 곳으로 밀어넣는(무려 두 번이나) 권상사의 눈빛, 쓰러진 권상사의 마지막을 끝까지 눈에 담는 김혜수의 눈동자에서 ‘이거 뭐지, 로맨스인가?’ 싶다.
러닝타임 129분의 영화에서 그 장면은 단 몇 분에 그치지만, 관객들은 권상사와 춘자의 그 눈빛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혹시라도 로맨스로 발전했을까 상상하고 추측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BGM으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깔려서인지 해당 시퀀스가 액션이 아닌 멜로로 느껴졌단 관객의 반응이 많다.
이에 조인성, 김혜수에게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 눈빛, 로맨스인가요?”
김혜수 : 춘자와 권상사는 철저하게 협력하고 이용하는 관계에요. 아마 둘 사이 어떤 감정 같은 게 보였다면 그건 현장에서 발생한 시너지가 아닐까 싶어요. 춘자가 권상사와 손을 잡고 다녔지만 그 안에 사랑은 없었을 거라고 봐요. 다만 내 파트너가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면서 발휘된 순간의 진심이 극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아마 둘은 그 감정에 대해서 서로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조인성 : 멜로라고 생각지는 않았는데, 확장성이 열린 거 같아요. 권상사의 배려? 음, 품위랄까. 장도리(박정민)와는 다르죠. 여성을 대하는 권상사의 태도 아닐까요? ‘전국구 밀수왕’의 품위라고 해두죠. ‘괜찮아, 별 거 아니야’라고 눈으로 말하면서 춘자를 지켜준 걸 거에요. 권상사가 얼마나 많은 산전수전을 겪었겠어요?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겠죠. 게다가 상대가 장도리가 불러서 경운기 타고 온 애들이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런 여유가 있었떤 거 같아요. 로맨스가 느껴졌다면 절대 노리고 한 게 아니다. 혜수 선배도 저도 멜로를 많이 했기 때문에 만났을 때 화학 작용이 일어난 것 같아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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