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타석에서 (홈런) 욕심을 냈었는데, 역시 욕심을 내면 화를 입는 것 같다.”
아쉽게 아치를 그리지 못하며 사이클링 히트(단타, 2루타, 3루타, 홈런)를 달성하지 못한 정수빈(두산 베어스)이 마지막 타석을 돌아봤다.
정수빈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의 홈 경기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정수빈은 경기 초반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1회말 상대 선발투수 좌완 웨스 벤자민의 2구 143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터뜨렸다. 곧바로 후속타자 김재호의 1타점 좌전 적시 2루타가 나오며 그는 득점까지 기록했다.
기세가 오른 정수빈은 2회말 안타는 물론이고 타점까지 적립했다. 1사 1루에서 벤자민의 초구 144km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적시 3루타를 쳤다. 이번에는 아쉽게 후속타가 나오지 않으며 홈을 밟지 못했다.
4회말 1루수 땅볼로 돌아선 정수빈의 방망이는 6회말 다시 매섭게 돌아갔다. 2사 1루에서 kt 우완 불펜 자원 김민의 3구 135km 슬라이더를 노려 좌전 안타를 쳤다. 이번에도 아쉽게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정수빈은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만을 남겨둔 채 8회말 2사 2루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은 그는 상대 좌완 불펜투수 하준호와 7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헛스윙 삼진에 그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종성적은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전 타석에 2루타, 3루타, 단타를 치면서 사이클링 히트를 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어떻게 보면 야구하면서 그런 기회가 몇 번 오지 않기 때문에 저도 마지막 타석에서 욕심을 냈었는데, 역시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는 것 같다”며 “안 되겠더라. 저도 1년에 홈런 한 두개는 친다. 그 한 두개가 오늘 나왔으면 좋겠는데, 역시 힘들더라”라고 멋쩍게 웃었다.
비록 사이클링 히트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정수빈은 이번 경기에서 말 그대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두산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처럼 그가 활약할 수 있엇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정수빈은 “일단 첫 타석부터 좀 공격적으로 나가 2루타를 치면서 풀렸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타석도 그렇고 연달아 안타가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정수빈을 제외하고도 두산 타선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벤자민(4이닝 5실점 4자책점)을 일찍 강판시켰다. 여기에는 두산 코칭스태프의 전략이 있었다.
정수빈은 “오늘 브리핑을 할 때 상대 선발투수(벤자민)가 너무 (볼이) 좋다. 컨트롤도 좋기 때문에 공을 보는 것보다는 공격적으로 나가자는 코치님의 주문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빈과 동갑내기 외야수 허경민은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전날(4일)부터 그를 9번타자에 배치시키며 부담감을 줄여줬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허경민은 4일 3타수 3안타를 몰아쳤고, 이날도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정수빈은 “(허)경민이가 지금 9번타자로 나가는데, 그래도 경민이가 제 앞 타순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약간 든든하다. 경민이가 최근에 감이 안 좋아서 지금 9번에 있지만 잘 치고 있더라”라며 “경민이가 9번 타순이고 제가 1번 타순일 때 저는 경민이가 1번 타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든든한 면이 있는 것 같다. 9번에 있긴 해도 결국에는 경민이가 상위 타순에 와야 한다”고 친구의 선전을 바랐다.
최근 한국에는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더위에 꾸준히 노출되는 야구선수라는 직업은 체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수빈은 “올해 유난히 좀 많이 더운 것 같다. 지금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서 모든 선수들이 힘들어한다. 저만 더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잘 쉬면서 잘 먹으려고 한다. 덥더라도 쳐지지 않고 집중을 하려고 계속 마음을 먹고 있다. 약간 더워지면 좀 느슨해지는 것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되새기면서 집중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올해 특히 팬들로 야구장이 붐비는 주말시리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팬들이 ‘관종 수빈’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붙여줄 정도다.
그는 “팬 분들께서 저에게 ‘관종 수빈’이라고 하는데,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주말이 되면 팬 분들께서 많이 찾아와주신다. 어떻게 보면 주말 경기가 평일 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경기이지 않나”라며 “그래서 저도 모르게 조금 더 신경쓰고 더 집중해서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정수빈의 맹타에 힘입은 두산은 이날 KT를 7-4로 격파했다. 전날(4일) KT에 패하며 공동 4위로 내려앉았던 두산은 이로써 2연패에서 탈출하며 47승 1무 43패를 기록, 하루 만에 다시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수빈은 “지금 3위부터 중위권까지 몇 게임 차이가 안 난다. 하루하루 경쟁인 것 같다”며 “저희가 어제 경기를 치르면서 3위를 내줬지만, 또 경기를 이기게 되면 금방 올라갈 수 있다.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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