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전기차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탓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때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했던 일본 완성차 업계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토요타는 최근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회사인 광치토요타 난샤공장의 생산 인력을 1000명 감축하기로 했다. 6월 기준 난샤 공장의 직원은 1만90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약 5%가 감원된 셈이다.
토요타는 중국 내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인건비 감축을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87만94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내연기관차에 집중했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전환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업체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닛산과 혼다의 합작회사의 판매량은 각각 27.7%, 26.5% 감소했다. 미쓰비시자동차 역시 판매량 부진을 이유로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회사인 광치미쓰비시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미국 GM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2015년 15.0%였던 GM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8%를 기록했다.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현대차도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사태 이후 한한령과 불매 운동 등으로 시작된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79만 대에서 지난해 34만 대로 줄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했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산업연구팀장은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구도 변화 조짐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사드 사태로 시작된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반한 감정 문제라기보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성장으로 브랜드 포지션이 애매한 해외 업체들이 모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현지 브랜드는 전기차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차 현지 브랜드의 점유율은 52.7%에 이른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현지 브랜드 점유율이 83%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인 중국 자동차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지 라인업을 세단 위주에서 수익성이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고급차 위주로 바꾸고 중국을 겨냥한 전기차 라인업 확충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조금씩 판매량을 늘리며 반등의 기미도 보이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현대차는 상반기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12만3259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4개 모델의 중국 현지 생산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도 11월 EV5 출시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중국에 6개 모델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경현 기아 중국법인 총경리는 4월 열린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45만 대 판매를 목표로 이 중 40%를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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