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서 ‘씬의 설계’ 기획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영상자료원은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 기획전을 28일부터 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미술감독 류성희·조화성·한아름 3인의 작업 과정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영화 한 편이 아닌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 자체를 조망하는 첫 전시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 전체의 외양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세계관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전 첫 섹션의 주인공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아가씨'(2016)의 미술을 책임졌던 류 미술감독이다. 류 미술감독은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칸국제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은 디자이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헤어질 결심'(2022),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최동훈 감독의 ‘암살'(2015) 제작에 참여하는 등 한국 대표 감독들과 여러 차례 작업했다.
기획전에서는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의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류 미술감독의 핵심 미술 소재인 벽지가 디자인되는 과정을 비롯해 각종 도면, 3차원(3D) 스케치, 현장 설치 이미지 등을 전시한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최근작인 ‘한산: 용의 출현'(2022·김한민 감독)에 등장한 거북선과 판옥선, 안택선(왜선)의 디자인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규장각 사료 등을 활용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배에 사용된 목재의 색감과 두께까지 모두 계산해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다. 각 배의 3D 영상을 통해 관람객이 배 안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경험을 이번 기획전이 제공할 것이라고 영상자료원은 전했다.
한아름 미술감독의 ‘킹메이커'(2022·변성현), ‘길복순'(2023·변성현) 콘셉트 디자인도 소개된다. 콘셉트 디자인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으로, 영화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영상자료원은 “한국 영화가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학적 성취의 중심축을 담당한 프로덕션 디자인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씬의 설계’는 한편의 작품과도 같은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직접 접할 수 있어 영화의 또 다른 미학을 경험하게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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