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침해 사례가 쏟아지며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유치원 교사들의 피해 사례도 전해졌다.
27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 국공립유치원 교사노조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사례를 파악한 결과, ‘학부모 갑질’로 인해 유치원 교사들이 피해를 본 경우가 다수 나타났다.
2019년 서울의 한 국공립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A씨가 미납된 유아 학비 약 2만 9000원을 10원·100원짜리 동전 수백개로 바꾼 뒤 유치원 원장에게 집어 던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유치원 측이 장기 체납된 학비를 납부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화가 나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를 본 원장은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폭언도 참아야 했다”고 밝혔다.
2020년 경북의 한 국공립병설유치원에서는 학부모 B씨가 교사에게 “통원 버스가 본인 집을 먼저 지나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나타났다. 해당 교사가 “운영 원칙상 어렵다”고 하자, B씨는 “당신 같은 사람을 아동학대범이라고 한다. 교사를 그만두고 싶으냐”며 폭언과 협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인천의 한 유치원에서는 원아 간 다툼을 중재하다가 학부모 민원으로 시름을 앓던 교사 C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6개월 병 휴직을 냈다. 해당 학부모 부부는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유치원과 교사에게 치료비 200만원을 물어내라고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교사 생활 10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부모 측에서 치료비를 내놓으라며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서야 교권 침해 사례를 파악하기 시작한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 사례가 100%(총 5건)로 집계됐다.
박다솜 국공립유치원 교사노조 위원장은 서울신문에 “현재 제도권에서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유치원은 초·중·고등학교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며 “악성 민원, 학부모 갑질로부터 모든 교사를 보호하려면 유치원 교사도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권 보호 대상인 줄 모르는 경우도 있어”
한편 사립유치원에서도 교사들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유치원 교사의 교권에 대한 교원 및 학부모의 인식’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반말과 폭행을 당한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원아 모집이 급한 사립유치원의 여건을 악용한 ‘갑질’도 발생하고 있는데, 저년차 교사들은 자신이 교권 보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유치원 교사는 교권의 정확한 개념이나 교권 침해의 범위 등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교육 등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