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만 6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황 부진 직격타를 맞았다. 다만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로 D램 가격이 높아지면서 전분기보다 실적 감소 규모가 줄었다. 하반기엔 D램보다 재고 소진이 부진한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감산을 늘리며 고부가 제품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1% 감소한 7조3059억원, 순손실은 2조9879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적자 규모만 6조원이 넘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다만 시장 전망치보다 실적 감소 규모를 줄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분기 전망 평균치를 보면, 매출액은 6조2663억원이고 영업손실은 2조8943억원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4% 늘고 영업손실은 15% 줄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보다 2분기에 D램과 낸드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2분기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30% 중반, 50% 상승했다. D램의 경우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며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다.
특히 PC, 스마트폰 시장 약세로 DDR4 D램 등의 일반 제품 가격은 떨어졌지만 고사양 제품 판매로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1분기보다 한 자릿수 후반 퍼센티지(%)로 상승한 점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현재 HBM 가격은 DDR4 D램 대비 6~7배 비싸다.
3분기 상황은 나아질 전망이다.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3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인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이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며 “3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인 HBM3와 고성능 D램인 DDR5, 저전력(LP)DDR5 및 176단 낸드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인다. 다가올 시장 호황을 대비해 고부가 제품 양산 비중을 늘리되 재고 감소 속도가 D램보다 더딘 낸드의 경우 감산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사 투자를 전년보다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에는 변함없다”면서도 “그동안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통해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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