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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3일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허가제로 변경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이같이 전하고, 23개 품목에는 반도체 회로 미세 가공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관련 제조, 회로를 만들기 위해 기판 위 박막을 가공하는 에칭(동판화) 등 성막·노광·세정·검사 등 장비가 포함됐으며 이는 회로 선폭 10~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로직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장비라고 설명했다.
◇ 일본, 비우호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2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중국, 당분간 첨단 반도체 제조 절망적”
일본은 외환법에 따라 무기 등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민간용 제품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데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외환법 관련 화물 등 시행령을 개정해 이를 이날부터 시행한다.
이 규제 조치에 따라 한국·미국·대만 등 42개 국가 및 지역 등 일본 우호국 외에 대한 수출을 위해서는 경제산업상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우호국에 대한 수출은 우대 조치에 따라 간단한 수속만 밟으면 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시장에서 일본이 30%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미국(15%)·한국(13%)·싱가포르(12%)·대만·네덜란드(이상 8%)·기타(14%) 등의 순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수출 관리에 정통한 다카야마 요시아키(高山嘉顯)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적어도 단기·중기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것은 거의 절망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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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철회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정부는 2019년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포토리지스트 등 반도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고,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일 관계 개선 상황을 반영, 지난 3월 이 수출규제를 철회했고, 지난달 27일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화이트리스트)로 추가하기 위한 ‘수출무역관리령 일부를 개정하는 정령안’을 결정, 2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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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 첨단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규제에 일본·네덜란드 동참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군사용으로의 전용을 우려해 슈퍼컴퓨터·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와 특정 제조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장비 제조 강국인 일본·네덜란드에 대해 동참을 촉구해왔고, 네덜란드는 9월부터 규제를 강화한다.
네덜란드 ASML은 최첨단 반도체 미세 공정 도입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도쿄(東京)일렉트론·스크린홀딩스 등 일본 기업도 로직 및 메모리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닛케이는 이 3국이 경제 안보상 이유로 반도체 수출 관리에서 보조를 맞추면서 동시에 상호 수출을 늘리는 등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이 관련 장비를 생산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 기술력 우위를 유지하려는 목적에 따른 이 조치에 따라 당분간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렵게 된다고 평가했다.
◇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 30% 점유 일본 기업, 첨단 아닌 기존 반도체 장비 수출 전환
대중국 수출 확대 전망 속 중 대응 변수…중, 추가 보복 조치시,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닛케이는 일본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이미 첨단 반도체가 아닌 기존 반도체 장비 수출로 전환하고 있고, 중국도 미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생산라인을 기존 반도체로 전환하면서 일본산 제조 장비에 대한 수요가 높아 앞으로도 대중국 수출은 여전히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변수는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5월 21일 정부 주요 시설 운영자에 대해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했고,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8월 1일부터 통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일본이 질화갈륨(GaN)을 사용한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강점이 있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중단되면 소재 업체들은 수입처를 변경해야 한다며 중국이 추가 보복 조치를 시사하고 있어 반도체를 둘러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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