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막판 6연승의 기세가 확실히 한 풀 꺾였다. KIA 타이거즈가 후반기 첫 경기부터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마리오 산체스의 경기 초반 좋은 기세를 엇박자 투수 교체 속에 마지막까지 못 이어간 점이 뼈아팠다.
KIA는 7월 2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 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2연패에 빠진 KIA는 시즌 36승 1무 40패를 기록하면서 KT WIZ에 6위 자리를 빼앗기고 7위로 내려 앉았다.
이날 KIA는 10연승에 도전하는 상승세의 두산 베어스를 맞이해 산체스를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KIA 벤치 기대대로 산체스는 상대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산체스는 1회 초 정수빈과 허경민을 연속 탈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산체스는 후속타자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2회 초 산체스는 탈삼진 2개를 포함한 이날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KIA 타선도 2회 말 1사 뒤 소크라테스의 2루타로 만든 2사 2루 기회에서 이우성의 1타점 선제 적시타로 선취 득점을 달성했다.
산체스는 3회 초와 4회 초에도 연속 삼자범퇴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5회 초 홈런 한 방에 흔들렸다. 산체스는 5회 초 1사 뒤 후속타자 호세 로하스에게 던진 2구째 132km/h 체인지업이 통타당해 비거리 110m짜리 우월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추가 실점 없이 6회 초 마운드에 오른 산체스는 2사 뒤 다시 허경민에게 던진 126km/h 슬라이더가 비거리 110m짜리 역전 좌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돼 아쉬움을 삼켰다.
산체스는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양의지를 좌익스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산체스는 양석환에게 2루타, 로하스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다. 산체스는 강승호를 인필드 플라이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이 순간 KIA 벤치가 움직였다. 투구수 94구였던 산체스를 내리고 필승조 최지민을 곧바로 투입한 것이었다.
2사 뒤 나오는 좌타자 홍성호를 고려한 벤치의 투수 교체 결단으로 보였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최지민이 나오자 대타 기용에 나섰다. 대타로 투입된 우타자 박계범이 최지민의 3구째 공에 사구로 출루했다. 이어 박준영이 최지민과 9구 승부 끝에 우중간을 가르는 3타점 싹쓸이 적시타로 승부의 추를 한순간 두산으로 기울게 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투구 흐름을 보여줬던 산체스의 실점은 한순간 4실점까지 늘었다. 산체스는 이날 6.2이닝 94구 4피안타(1홈런) 10탈삼진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결과론적으로 산체스의 교체 결정이 최악의 결말로 나온 셈이었다.
KIA는 1대 5로 뒤진 상황에서 8회 초 전상현을 올려 역전승 의지를 보였다. 8회 말 소크라테스의 추격 솔로 홈런이 터지자 9회 초엔 임기영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3점 차로 뒤지는 상황에서 임기영이 9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KIA는 9회 말 추격 득점 없이 이닝을 끝내면서 후반기 첫 경기 패배를 맛봤다.
KIA 벤치 관점에선 7회 초 투수 교체 결단 시점이 결과론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산체스가 94구밖에 안 던졌던 상황에서 앞 타자를 범타로 막았음에도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상대 타자였던 홍성호가 산체스와 상대해 삼진과 좌익수 뜬공을 기록했기에 매치 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산체스가 비교적 약한 면이 있는 좌타자임을 의식해 최지민 투입이 결정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두산 벤치엔 우타자 대타 자원이 비교적 많았다. 최지민을 상대로 우타자인 박계범을 대타로 투입한 두산 벤치의 움직임이 더 번뜩였다. 이미 결정적인 한 방을 맞은 가운데 그 뒤로 전상현과 임기영을 차례대로 투입한 건 무의미한 마운드 소모에 가까웠다. 게다가 4, 5위 팀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리한 동시에 6위 자리까지 내줬기에 KIA 관점에선 더 뼈아픈 패배가 됐다.
KIA는 후반기부터 완전체 전력 구축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후반기 첫 경기 역전패 흐름은 기대감보단 실망감에 더 가까웠다. 가을야구 진출권까지 재도약하려면 이제 숨 고를 여유는 없다. 쉼 없이 치고 나가도 모자랄 시기다. KIA 벤치도 완전체 전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전망이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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