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에게 온 기회, 놓치고 싶지 않네요.”
OK금융그룹 리베로 조국기(34)는 팀의 신임 감독 오기노 마사지가 신뢰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오기노 감독은 지난 6월 열린 취임 기자회견 당시 “조국기가 잘한다고 생각한다. 리시브가 굉장히 기대된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조국기는 다가오는 시즌 팀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2011-12시즌 프로 무대 데뷔 후 주로 백업 리베로 혹은 후방 수비 보강 자원으로 투입되는 날이 많았던 그에게도 드디어 팬들에게 주목받는 봄날이 오는 것이다.
조국기는 프로 통산 298경기(902세트)에 나서 리시브 효율 48.879%, 세트당 디그 0.915개를 기록 중이다.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보다 통산 평균 기록보다 더 좋은 기록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금융그룹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조국기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하며 지내고, 또 컵대회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리시브 훈련이나 선수들 간의 호흡, 안정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며 비시즌을 슬기롭게 보내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차기 시즌 주전 리베로 등극에 대해 이야기하자 조국기는 “감독님이랑 같이 밥 먹을 때도 ‘너 잘하니까 잘 해봐. 기대된다’라고 말씀하시더라. 부담이 되지만 잘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라며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 보니 매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감독님이 믿고 주전으로 기용해주신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주전으로 시즌을 소화한 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조국기는 코트보다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인해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전역 후 중반에 합류했던 2017-18시즌(8경기) 이후 가장 적은 출전 경기 수를 기록했다.
그는 “(정)성현이가 잠시 군대를 간 사이, 주전으로 뛴 적이 있다. 그 이전, 이후로는 계속 백업이었다. 또 작년에는 수술을 하느라 경기를 많이 못 뛰어 아쉬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에게 기회가 온 것 같다. 지금 기회를 잡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어떻게 온 기회인데 절대 놓칠 수 없다. 이번에 진짜 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기회를 잡아 돈 많이 벌고 싶다”라고 미소 지었다. 조국기는 소심하다.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서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베로는 코트 위에서 크게 소리도 지르고, 동료들의 수비 위치도 조절해야 하는 수비 리더다. 그래서 조국기는 팀 내 분위기 메이커 부용찬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그는 “성격상 말수가 적고, 또 목소리도 작다. 그래도 코트 위에 있을 때는 활기차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리베로는 선수들에게 계속 말을 해야 한다”라며 “달라지려고 노력 중이다. 성격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조국기는 “나도 용찬이처럼 파이팅 넘치고, 에너지 넘치는 리베로가 되겠다”라며 “사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의 믿음이 부담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기회, 꼭 잡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2011년 1군 데뷔 후 12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기회, 조국기는 달라질 준비를 마쳤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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