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브러싱 스캠’과 테러 가능성 모두 염두해 수사”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21일 대전에서 잇따라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배송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대만발 우편물의 주소지가 2020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돼 논란을 일으켰던 우편물 발송지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2020년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중국발 혹은 대만발로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됐을 당시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한 우편물 주소지가 이번 대전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에서 발견된 대만발 우편물 주소지와 같았다.
주산동에 배달된 우편물 포장지에 붙은 송장에는 수신인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지만, 주소지에 실제 거주하는 신고자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아니었다.
투명한 비닐 포장지에 싸여있는 해당 우편물 내부에는 립밤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우편물이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한 뒤,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는 행위다.
2020년 당시 미국에서도 중국발 ‘생화학 테러’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됐으나, 미국 농무부는 “현재까지는 ‘브러싱 스캠’ 외 다른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제주 서귀포시 주민이 대만과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발송된 빈 택배를 8차례 받아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우편물에서 마약류 의심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우편물 내부에 완충재 외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역시 ‘브러싱 스캠’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브러싱 스캠이 아닌 테러가 의심되는 내용물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날 낮 12시 29분께 울산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봉투에 별다른 물질이 없어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청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해외 우편물을 보내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브러싱 스캠의 일종일 수도 있고, 울산의 경우처럼 피해를 끼치는 물체가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대전에서 테러 등을 의심할 만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18분께 대전 동구 주산동 한 가정집에서 우편함에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로 대전 곳곳에서 관련 신고가 10여 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동구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해외 우편물은 열어보지 마시고 112나 119에 즉시 신고하시기 바란다’는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경찰은 립밤으로 추정되는 물체와 옆집에 발송된 우즈베키스탄발 우편물, 추동의 한 식당에 발송된 말레이시아발 우편물 등을 국과수로 보내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온 소포나 우편물을 받았을 때는 발신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경우 함부로 열어보지 말고 경찰이나 소방에 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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