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이 모빌리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소재 신기술을 2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연 ‘나노 테크데이 2023’에서 선보였다. 자율주행 안전성과 직결되는 자가복원 기술,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태양광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발열시트 등이다.
이날 현대차는 나노 소재를 활용한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을 공개했다. 액체로 된 화학 물질을 자동차 부품에 발라놓으면, 흠집이 났을 때 스스로 원래 모습으로 스스로 돌아가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각종 전자기기나 섬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자동차업계에선 BMW가 지난 2021년 전면 그릴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빠른 자가 복구 시간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BMW는 80~100도 고열을 가하는 별도의 열처리 장치를 통해 복구까지 하루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러한 열시스템 없이도 상온에서 2시간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기술을 갖췄다.
상용화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장에 곧바로 적용하기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고, 우선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 자율주행이나 드라이브 샤프트 등 동력계 부품에 적용을 목표로 한다. 특히 자율주행 안전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인웅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센서 흠집으로 인한 미작동·오작동을 막는 핵심 기술”이라며 “향후 자율주행 센서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릴 등 외장에도 쓰일 정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한 태양전지 신기술도 공개했다.
현재 태양광 소재로 쓰이는 실리콘과 비교해 페로브스카이트는 투명한 특성 덕에 유리창에 적용할 수 있다. 발전효율도 실리콘 대비 30% 가량 높다는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는 2019년 자동차 지붕에 설치할 수 있는 실리콘 기반 태양광 옵션 ‘솔라루프’를 선보였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낮은 효율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았다.
이에 실리콘 태양광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덧댄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지붕 뿐만 아니라 앞덮개, 손잡이 등에 적용을 목표한다. 비용은 기존 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기차 일 평균 주행거리를 낮게 잡아도 20km를 태양전지만으로 조달할 수 있어 효율이 클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물론 아직 발전효율과 관련해 풀어야 할 기술난제가 남았다. 자동차 덮개에 적용할 경우 까다로운 충돌안전성평가에 통과해야 하는 점도 과제다.
이병홍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PL은 “실리콘은 원재료가 95~99%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며 “페로브스카이트는 화합물로 국산화가 가능한 소재이기에 의지를 갖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열관리 신기술도 소개됐다.
‘압력 감응형 소재’가 그 중 하나다. 최근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신소재 탄소나노튜브를 스펀지처럼 만들어 차량 시트에 적용한 ‘체압센싱 발열시트’를 연구중이다. 이는 시트에 압력이 가해지면 열이 나는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아낄 수 있다.
또 체압이라는 생체정보를 통해 운전자를 식별하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체압센싱 발열시트.
차량 전면 유리에 바르면 냉·난방 효과가 있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상용화가 가까운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틴팅 필름은 열차단 효과만 있는 반면, 이 필름은 복사 냉각을 위한 열방출도 한다. 지난해 여름 시험평가를 통해 열차단 효과는 틴팅필름 보다 실내 온도를 7도 더 낮출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올해는 겨울철 난방 효과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PBV(목적기반모빌리티)는 유리창 면적이 넓어지는 만큼 에어컨 사용 빈도를 낮춰 탄소중립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수 선행기술원 부사장은 “모빌리티 해법 중 하나가 소재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소재 혁신을 통해 완제품을 개선할 수 있고, 이는 회사의 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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