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집중호우 및 산사태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군에게 철저한 안전을 당부했다. 전날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이 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데 따른 지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석관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원의 실종 소식과 사망 소식을 모두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뒤 군에게 “실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색 과정에서 안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앞서 19일 오전 9시께 석관천 하류 지대에서 해병대 제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 등 3명이 탐침봉을 이용한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동료 부대원 20여명과 나란히 걸으며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일부 지반이 무너지면서 물에 빠졌고, 이중 A일병만 나오지 못했다. 군과 소방당국은 헬기와 상륙용고무보트(IBS) 등 장비를 투입해 A일병을 찾아 나섰고 늦은 밤에서야 호명면 월포리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A일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임무에서 IBS를 타고 탐색에 나섰던 장병들과 달리 A일병처럼 하천변 탐색 임무를 맡은 장병들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해병대 측은 “군 수사기관은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적 공분은 더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같은 안전 수칙 등에 대한 점검 지시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지만 안전 수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챙겨지고 있는지도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유가족 위로를 위해 대통령실에서도 별도의 조문 등 조치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 순방을 마친 직후 연이어 피해 복구 현장을 찾으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17일 경북 예천의 산사태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18일엔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충남의 축사와 농가를 찾았다.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는 업주를 만나 “걱정하지 말아라. 예산을 충분히 투입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위로했고 국군장병들을 향해선 “냄새도 많이 나는데 우리 장병들이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에게도 “우리 정부가 긴축재정을 유지하는 것은 이럴 때 쓰려고 돈을 아낀 것”이라며 “재난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복구 노력을 하는데 당연히 정부가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날에는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전국의 13개 지방자치단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이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정부가 긴급조사반을 편성해 피해 조사를 시작한 지 사흘, 윤 대통령이 귀국해 속도감 있는 피해조사 및 후속 조치를 당부한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통상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피해액 조사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건의를 거쳐 대통령이 선포하기 때문에 2주가량 걸리지만, 이례적으로 빨리 진행된 셈이다. 이같은 신속한 결정은 윤 대통령이 동유럽 순방 중 집중호우 관련 대응 지시를 내린 데 이어 귀국해서도 중대본 회의, 국무회의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주문하는 등 꾸준히 상황을 챙긴 결과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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