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우비를 입은 김춘식 관리소장이 침수 피해를 입은 단지 지하주차장의 배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LH |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주 집마다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구조에 나선 LH 직원의 사연이 뒤늦게 전해지며 화제다.
20일 충북 충주의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단지 관리소장인 김춘식씨(57)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극한 호우 당시 구조에 나섰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극한 호우 당시 김씨의 침착한 대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급하면서 처음 드러났다.
원 장관은 “적극적인 대처로 침수된 지하 주차장 피해를 막은 LH 임대주택의 관리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며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살만한가 보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밤비가 심상치 않게 내리자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쳤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15일)인데도 걱정에 오전 5시쯤 눈을 뜬 김씨는 자신의 출근지인 신한강변아파트로 서둘러 향했다.
오전 6시쯤 단지에 도착한 김씨는 단지 바로 인근 달천의 수위부터 확인했다. 김씨는 “물이 많이 차서 찰랑거렸지만 아직 넘을 단계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오전 7시쯤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주민들에게 지하 주차장에서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전화를 돌렸다.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방송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평소 주민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주민들의 연락처를 저장해놓고 있었다.
몇몇 주민들이 연락이 닿지 않자 김씨는 직접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부랴부랴 지상으로 대피하거나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을 황급히 빼냈다.
LH, 소방 등이 협업해 침수된 충주 신한강변 아파트 주차장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제공= LH |
김씨는 지상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물이 무릎까지 차오를 때까지 지하 주차장에서 남은 주민이 없는지 확인한 뒤 가장 늦게 지상으로 올라왔다.
김씨는 지하 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고 주변 주민들에게 도움을 구해 지하 주차장 앞에 임시 둑을 설치했다. 평소에 비상용으로 마련해놨던 모래주머니는 금세 동이 났지만, 주민들과 합심해 포대에 모래를 새로 담아 끝내 3칸짜리 둑을 완성했다.
물은 일대를 휩쓸었지만 해당 단지는 유사 사고와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 연락이 닿지 않아 미처 이동하지 못한 4대의 차량 침수를 제외하고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1건의 인명피해도 없었다.
김씨는 “총 세대수가 138가구에 불과한 2개 동 작은 아파트라 당직자도 없고 직원도 2명이라 쉽지 않았다”며 “다만 누구나 자기 일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