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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0년 동안 계승된 디자인 아이콘, BMW의 키드니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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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외관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프런트 그릴의 디자인이다. 최근 전동화의 흐름 속에 프런트 그릴의 존재감이 작아지거나, 아예 프런트 그릴이 없는 전기차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의 전면부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개성있는 특징 있는 프런트 그릴은 자동차와 메이커의 개성을 표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익숙한 BMW의 ‘키드니 그릴’은 BMW의 차량임을 한 눈에 알려주는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 때 BMW는 이 키드니 그릴의 존재를 지우려 했던 과거가 있었다. 어떤 이유로 이런 결정을 고려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금까지 키드니 그릴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지 살펴본다. 
 
 


유연한 디자인의 키드니 그릴

키드니 그릴의 역사는 1933년 BMW 303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끝단이 둥글게 가공된 두개의 직사각형이 수평으로 늘어선 형태에 세밀한 금속 조형이 조합된 것이 초대 키드니 그릴의 형태였다. 
 
라디에이터의 냉각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서로 분할된 형태의 이 초기 디자인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다른 제조사들의 디자인에서도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의 키드니 그릴만이 100년간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 차종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로가 아니면 안된다든지, 가로세로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 처럼 제약사항이 없었으며, 자동차의 성격에 맞게 디자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36년 선보였던 BMW 328은 유선형의 외관디자인에 맞게 길게 원호를 그린 것 같은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었다. 특히 밀레밀리아 등에서 맹활약한 스포츠 버전을 보면, 역동적이면서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BMW가 전하고자 했던 Kunstlerische Gestaltung (예술적 디자인)이 잘 반영된 요소가 바로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이라고도 생각된다.  

한편, BMW의 존재감을 북미 시장에 알린 1956년 BMW 507은 키드니 그릴을 최대한으로 자유롭게 해석해 반영했다. 세로보다는 가로의 폭을 넓혀 좌우로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닛 아래 위치한 강력한 3.2리터 V8 엔진을 냉각하기 위해 충분한 공기를 흡입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한 기능적인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BMW 507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동차로도 유명하다.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동차인 것을 아는 많은 여성 팬들이 자동차에 키스 마크를 남겨, 차량의 색상을 레드 컬러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키드니 그릴을 없애려고 한 이유

키드니 그릴이 BMW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데는 화에 성공한 것은 당시 BMW의 디자인을 이끌던 ‘빌헬름 호프 마이스터’라고 전해진다.
 
1961년 발표한 BMW 1500 세단은 그릴의 중앙에 얇은 형태의 키드니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뒤를 이은 02시리즈, 3.0등의 쿠페와 세단, 여기에 5시리즈, 3시리즈 까지 키드니 그릴 디자인을 정착시켰다. 국내에서도 2세대 3시리즈를 통해 BMW 하면 키드니 그릴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무렵 BMW의 디자인은, 크롬이 더해진 키드니 그릴 아웃라인을 통해 멀리서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BMW에서는 이 키드니 그릴을 폐지하기 위한 검토가 진행되기도 했다. 1990년대, BMW는 세단이나 쿠페의 키드니 그릴의 상하폭을 훨씬 압축했으며, 1986년 등장한 2세대 7시리즈에는 12기통 모델만 좌우 폭을 넓혀 다른 모델과 차별화를 추구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990년 등장한 3세대 3시리즈의 키드니 그릴은 존재감이 미약했다. 1986년 등장한 Z1과 1989년 1세대 8시리즈, 2000년 등장한 ‘Z8’ 로드스터에서는 키드니 그릴의 존재감이 크게 축소했다.  

한때 BMW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이끌었던 크리스 뱅글 또한 키드니 그릴이 디자인의 자유도를 제약한다고 생각해 다른 디자인을 생각하기도 했다. 참신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키드니 그릴을 중심으로 전면부 디자인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디자인 컨셉을 적용해 1978년 이탈 디자인에 디자인을 위탁한 ‘M1’이다. M1의 디자인은 BMW 내부에서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 키드니 그릴은 없어도 될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전해진다. 
 
 
키드니 그릴의 진화

하지만, 결국 크리스 뱅글이 주도한 디자인은 키드니 그릴을 더욱 발전시키는 형태로 이어졌고, 1999년 Z9 스터디 모델 (이후 2세대 6 시리즈로 이어지는 디자인 컨셉)이 발표되며 지금까지 발전해 오고 있다. 크리스 뱅글의 키드니 그릴은 그 크기를 키워 라디에이터 그릴의 역활을 하게 되었다.  

과거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해 ‘디자인에 자신이 없으면 그릴의 크기가 커진다’라는 설도 있었지만, 현대의 자동차 디자인을 보면 그렇게 만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전동화 시대의 BMW 디자인을 살펴보면,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더욱 키워 대형화하고 있다. 4시리즈와 iX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닛으로부터 튀어나올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출시될 BMW의 전기차에는 어떤 디자인들이 반영될 지 궁금해진다. 

파워트레인이 전동화되어도 인버터 등 냉각을 필요로 하는 파트가 많기 때문에, 차량의 전면부에서 공기를 흡입해야 할 이유는 여전히 변함 없다. 다만 차량의 이미지를 중시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움은 필요하다. 키드니 그릴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로벌오토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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