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있는 우리들이 더 열심히 살게.”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숨진 조모(32) 씨가 생전에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두고 올린 글이 공개됐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인재에 대해 슬퍼할 줄 알았던 마음 따뜻한 청년의 목숨을 인재가 앗아간 데 대해 누리꾼들이 비통해 하고 있다.
청주시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씨는 지난 15일 출근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차도를 지나다 사망했다. 급류에 휩쓸린 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변을 당했다.
16일자한겨레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유가족은 조씨에 대해 청주시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상주군에 사는 부모와 떨어져 지냈지만 늘 연락을 빼먹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조씨 아버지는 “한창 돈 벌 나이여서 직장 열심히 다녔던 아이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연락도 잦았다. 지난 4월에는 아들과 함께 일본도 다녀왔다. 어른들 말 잘 듣는 예의 있는 아들이었다. 정말 참 잘 자랐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조씨 아버지는 “문제점이 대단히 많은 사고다. 규명이 꼭 필요하다”라며 이번 참사를 인재로 규정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조씨는 세월호 5주기 때인 2019년 4월 16일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5년 전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그때, 나 살기도 힘들었던 그때 세월호 뉴스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 무사히 아이들이 구출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5년이 지난 오늘 나는 여전히 가난한 대학생이고, 많은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드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어른은 자리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때 함께했던 마음만은 오래도록 남아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겠지. 아이들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있는 우리들이 더 열심히 살게.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조씨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30일엔 다음과 같은 글을 게재했다.
“이태원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인 및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 이번 소식을 들으며 오래전 상주에서 있었던 사고가 생각났다. 내 고향 상주는 인구가 10만명이 안 되는 시골인데, 가을 즈음이면 자전거 축제라는 걸 하곤 했다. 아무튼 축제에 연예인을 초청했고 모처럼 유명인을 보기 위해 공연 장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고 사고가 났다. 2005년 중학생인 나도 현장에 있었다. 앞줄은 아니었고, 뒷줄에…. 그날 따라 사람이 많이 모였던 것만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태원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안 좋았는지 모른다. 하 수상한 세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국내에서는 어느 때보다 마약에 관해 민감해진 이 계절 이 나날…. 내가 아는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빈다.”
조씨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누리꾼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한창 반짝일 젊음이 이렇게 지는 게 슬프다”라고 말했다.
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타인의 불행에 공감할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청년이 인재로 숨진 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타인의 슬픔에 같이 슬퍼해 주던 청년이었네요. 정말 정나미가 떨어지는 세상임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는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하셨던 말씀처럼, 남은 사람들이 이런 비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겠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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