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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속터뷰]가수 박창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그런 노래를 하는 가수로 살 것”

아시아경제 조회수  

그의 노래는 감성을 흔든다. 듣다 보면 때론 전율이 인다. 노래에 대한 철학도 뚜렷하다. 대중적 인기만을 추구하려는 생각도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이래서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지난 2021년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우승자인 가수 박창근 씨 얘기다.

지난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청바지에 청색 셔츠를 입은 그는 나이(그는 1972년생이다)보다 어려 보였다. 스튜디오에서 먼저 사진부터 찍은 뒤 1시간 30분가량 인터뷰했다. 자리는 편안했고, 시간은 금세 흘렀다. 그는 진솔하게 속을 내보였다.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다. 맞나?

당시 외할아버지가 영주에서 은행원으로 잠시 있었기에 잠깐의 친정이었던 영주에서 어머니가 나를 낳았다. 영주에서 태어나 곧 대구로 와서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정리하면 태어난 곳은 영주, 자란 곳은 대구, 본적은 영덕이다. 이 모두가 고향인 셈이다.

그럼 외갓집에서 자랐다는 얘긴 뭔가.

외할머니가 저를 예뻐해 주셨던 것 같다. 서너 살 때 외할머니가 많이 데리고 다녔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업을 시작했다가 2년도 채 못 가 망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님은 유원지 음식 가게 등 여러 일을 하셨다. 그때 동생은 부모님과, 저는 계속 외갓집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았다.

아버지보다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것들이 노래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남자들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같은 게 좀 있지 않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원망이 집안에서 표출되면 어머니와 우리가 고스란히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그런 것들이 아버지에 대해서는 원망으로, 어머니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으로 표현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와는 투병 마지막 며칠 동안 짧지만 진하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화해했다. 지금의 어머니도 아버지를 생전보다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신 것 같더라. 여담일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두 분 모두 혼자 사셨으면 더 괜찮은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학생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학교 노래자랑에 단골로 나가고 그랬나?

집이 좀 어려워지면서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방황이 시작된 것 같다. 학교에서 여러 일도 있었고…. 외할머니와 외삼촌께서 부모님처럼 잘해주시기는 했지만 저 스스로 정서가 조금은 불안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학교 때 어쩌다가 소풍 때 노래를 한번 한 것이 반향을 일으키기는 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가끔 나와서 노래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 음악은 이 정도가 다였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그런 소년이었다.

공부는 잘했는지 궁금하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첫 학기에는 잘했다. 그때뿐이었다. 손에 잘 잡히지 않았고 산만했다. 학교에서 맹목적으로 주입받는 방식의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나 뭐 이런 갈등이 계속 반복됐다. 다른 것에 정을 붙이지도 못했고. 미술 쪽으로는 관심이 좀 있었다. 음악보다는 오히려 미술 쪽이 칭찬도 많이 받고 그랬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런 쪽은 하지 못하게 하셨다.

그럼 대학생 때부터 노래를 시작한 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이런저런 동아리 가입을 많이 했다. 그중 노래패 활동을 가장 열성적으로 한 것 같다. 매체를 통해 들었던 대중음악과 다른 폭넓은 내용이 막 쏟아졌다.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가수들,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광석 정태춘 밥 딜런 백창우 시인과촌장 등등…. 뭔지 모르게 가슴에 울림을 준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어떤 매력을 느꼈다. 전공이었던 독문학은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고, 그 외 모든 시간을 노래에 쏟았다.

집안에 예술적인 피가 흐르는 분이 있었을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음치는 아닌 것 같다. 조상 중에는 친할아버지 형제분 중 유희를 좋아하셨던 분이 계셨다고 듣긴 했다.

연애나 결혼, 그런 개인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경연 당시 내일은 국민가수 제작진이 “산전수전 다 겪었을, 당신의 지나온 사적인 영역들에 대한 것은 대중들이 관심 없다. 음악 활동적인 부분만 보자” 라고 해주셔서 동감했다. 지금은 스스로도 그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한 것 중심으로 소통하고 싶다.

언제일진 모르지만, 지금도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을 팬들과 나누는 시간을 아마 가지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경연에서 1등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표면적인 부분에 다소 많이 집중돼 있지 않나 싶다. 이 시기가 지나면 그냥 창작하고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우리 팬들은 이미 그런 마음들을 공연장에서 많이 읽을 수가 있다. 생각보다 빠른 듯하다.

대학생 때는 노래패 활동하면서 공연도 한 건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그때 돈으로 10만 원부터 시작해서 돈을 받고 영남권에 초청 공연하러 다녔다. 군대 가기 전날까지 그러고 다녔다.

전날까지? 군 복무는 어디서 했나?

상근예비역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1년 현역으로 복무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나머지 근무를 하는 제도다. 현역은 현역인데 근무 형태가 현역도 아니고 방위도 아닌 약간 이상한 제도였다. 주소지가 달성군이었기 때문에 그곳 예비군 부대에서 근무했다. 현역 때는 부대행사 때 노래로 휴가도 받았었고, 장교들의 부름을 받기 일쑤였다. 조금 늦게 들어간 군대였기에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정서적으로 군대라는 체제에 대한 회의 등 고민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노래를 계속했다.

첫 음반을 낸 게 1999년이다.

1991년에 대학교에 들어간 뒤 만들었던 노래들이 쌓여 있었다. 그것 중 추려서 1집 음반을 내니 대구가 아니라 오히려 서울 경기·인천 쪽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그 당시엔 대학교 근처 서점에서도 음반을 팔았기에 직접 음반을 싸 들고 서울로 대중교통 타고 가 판매처를 뚫기도 했다. 서서히 초청공연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울 대구를 오가는 활동이 시작됐다.

2집을 냈을 때도 대중적인 반응은 없었는데 마니아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곳에서 상반기 추천음반상도 받았다. 그러던 중 활동 영역이 조금씩 넓혀지기 시작했고 사찰 산사음악회를 비롯한 각 종교단체, 환경단체 등의 초청공연도 들어왔다. 거리 공연, 환경문화제, 라디오 방송 활동 등이 이어졌다.

종교가 불교는 아닌 것으로 아는데.

깨닫게 해주는 모든 가르침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가톨릭 세례를 받았지만, 목사님하고도 친하고 스님과도 친하다. 그 외 종교도 존중한다. 기복적인 종교로서가 아닌 철학적으로 감동을 하길 좋아했다. 성당에서도 노래했고, 개신교 교회에서도, 절에서도 노래했다. 좀 더 특별하게는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하는 법륜 스님 법문 때 직접 요청해 노래도 부른 적이 있다. 그렇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공연하며 생활할 때 힘들지 않았나?

대학교 때 처음 받은 10만원부터 시작해 꾸준히 공연하면서 값이 올라갔다.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까 어떤 곳은 가보면 오히려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도 있더라. 인천, 경기도, 서울 대학로… 내 돈 쓰면서 길거리 공연도 많이 했다. 대구에서는 오랫동안 봉사 공연도 이어갔었다. 그리고 해마다 콘서트를 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공연이었다. 창작자로서, 가수, 음악인으로서 자생력을 중요시했다. 그런 잡초 같은 활동 안에서 다양한 문화단체인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됐고 초청공연이 이어져 왔다. 가까운 사람들의 물심양면 지원도 고집스러운 한 아티스트에게 큰 힘이 됐다.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에 대한 철학 같은 것에 공감했기에 팬이 생긴 것 아닐까 싶다.

맞다. 어떨 때는 환경 가수로, 또 어떨 때는 생명 가수, 민중가수로 불렸다. 그중에서 민중가수라는 개념은 내 생각과 사람들의 생각이 좀 달랐다. 많이 협소하게 의미를 규정짓더라. 내가 생각하는 민중은 좀 더 포괄적이다. 어쩌면 더 넓은 의미의 대중이 될지도 모른다. 여하간 서로 다른 의미 부여로 왜곡될 수 있는 표현은 얻고 싶지 않았다.

나는 환경 가수도, 생명 가수도, 민중가수도 아닌, 그냥 ‘노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우리는 존 레논이나 닐 영, 밥 딜런과 같은 싱어송라이터를 찾아 듣기만 하지 만들어내진 못하는 대중적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창작자에게 표현하지 못할 내용은 없다. 화가에게 표현하면 안 되는 그림은 없다. 예술가는 그래서 예술가이다. 누가 규정해놓은 틀에 갇히지 않는 것, 자신의 틀에 가두지 않는 것, 이것과 싸워갈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맞는 스타일의 옷이어야 더 보기 좋은 건 당연하지 않겠나.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서울에 올라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시작한 어쿠스틱 뮤지컬이 좀 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소극장 공연에서는 가장 핫했다. 유명하지 않은 주인공인데도 나름 알려졌다. 그래서 KBS, MBC 같은 큰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요청받기도 했다. 전에는 홍보 좀 해달라고 해도 문전박대를 당했었는데.

그게 몇 년도쯤인가?

2011년 겨울에 대구 김광석 거리의 한 작은 소극장에서 아주 작게 시작했었다. 그 후로 2015년 1월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2021년에 국민가수로 우승한 이후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 같다.

처음엔 노래자랑처럼 경연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든 게 엮여 있었다. 그때는 경연 끝나면 방송국에서 어떤 임무 같은 게 주어졌다. 경연보다 더 바쁘게 이어지는 상황 안에서 스트레스가 컸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그냥 막 끌려갔던 것 같다. 조금씩 눈을 뜨고 알게 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들과 싸우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 변화는 분명 컸지만, 생활 측면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환경은 조금 바뀌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감사한 건 뭐 어쨌든 제가 1등 한 후로 만나는 팬들이 확장되고, 더 많은 분이 저를 봐준다는 점이다. 어떤 스트레스도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나 소통하면 그 시간만큼은 잊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많이 좀 넉넉해지지 않았나?

통장에 돈은 좀 생겼다. (하하)

돌아보면 뭔가 좀 뿌듯함도 있을 듯한데.

나라는 사람은 글쎄…. 어떤 변화에 아주 많이 바뀌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원래 이게 아니었어도 저는 노래하다 죽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필요한 무언가를 사거나 주문을 할 때, 마음이 약간 너그러워진 것 같아 가끔 깜짝 놀란다. 스스로 이상하다면서 내가 이렇게 너무 여유로워도 되나 약간 걱정도 한다. 그러면서 베푸는 것도 막 커진다. 어머니한테 제일 많이 푼 것 같다.

큰아들로서 역할을 제대로 한 건가?

어머니는 있어도 못 쓰는, 옛날 생각 하고 못 쓰는 그런 분이다. 집을 확장 공사를 해드렸는데 지금도 가보면 한 30~40년 된 걸 그대로 쓰신다. 어떨 때는 짜증도 좀 난다. 약간 웃긴 얘긴데 심지어 어머니가 이런 얘기도 하더라. ‘내가 지금 숨만 쉬고 살아. 내 행동이 네게 약간의 어떤 해라도 끼칠까 봐서.’ 나도 똑같다. 우승하기 전의 저나 지금의 저나 안 바뀐 것 같다. 천성이 풀어지는 행동을 잘 못 한다. 어려서부터 그게 잘 안됐다.

나름의 철학이나 주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감이다. 방송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제가 밀어내는 상황이다. 팬들은 너무 안타까워하고 싫어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할 수 있는 것 다 하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저는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는데 사실은 그게 제가 원하는, 원했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앞으로 인기가 떨어져서 찾아주는 곳이 없어지더라도 괜찮다. 그것이 나의 가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나라는 캐릭터와 잘 맞는 어떤 컨셉이 주어진다면 그걸 마다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는데.

그런 쪽으로 사용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예를 들어 내가 주창해왔던 것들에 대한 내용적인 면, 환경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무엇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면 공연장에서 저와 만나거나 노래를 들으면 짜증 낼 일도 이상하게 잘 웃는다든지 하는 그런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저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넓어진다. 짜증 나도 그냥 이건 뭐 별거 아닌데 하는 식으로 마음의 여백이 생긴다.

‘누군가의 노래가 이렇게 가슴에 와닿은 적은 처음이다’ ‘가족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고 황망한 심정으로 쓸쓸하게 살다가 박창근 노래를 듣고 새 삶이 시작됐다’ ‘가족과 싸우다가도 박창근 노래 들은 뒤 화해했고, 지금은 콘서트장 같이 다닌다’ ‘자식이 사춘기인데 소통이 안 됐다가 노래로 마음이 통해 교감하고 있다’라는 등등 팬들의 얘기는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이분들은 제게서 뭔가를 가져간 것이다. 좋은 무언가를…,

포그니(박창근 팬클럽)가 봉사활동을 많이 하더라.

아름다운 모습이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이런 영향력이면 제가 좀 더 펼쳐드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반려해변이라고 들어보셨나? 포그님들이 해변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 외 지역마다 이웃 봉사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또는 처음 만난 서로가 친구가 되고 정을 나누고 먹을 것을 나눈다. 그렇게 노래를 통해 인연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예쁘다.

음악 외에 다른 취미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약간 게으르게 있는 것 외에는…. 그러다가도 막 바로 또 이렇게 뭘 해야 하고 그런 것 외에는 없다. 경연 전에 경연을 지탱해 줬던 힘은 러닝이었다. 코로나 때 일이 전멸됐을 때 했던 것이 세 가지다. 우선 남들이 ‘알아야 해’ 하는데 나는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경제에 대해 ‘뭔데 이렇게 난리야’ 해서 공부를 했다. 주식 책을 많이 읽었고 아주 적은 돈으로 실습도 해봤다. 두 번째는 궁금했지만 해보지 못한 기타 주법 연주다. 기타를 안고 자다가 깨면 또 연습할 정도로 해봤다. 마지막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몇 시간 걷는 걸로 시작했다가 러닝으로 넘어갔다. 매일 러닝을 하면서 경연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러닝이 여러 가지로 힘이 됐다. 이런 과정이 경연과 맞물린 게 어떨 때는 참 신기했다.

팬들은 저보고 ‘이제 좀 누리고 행복하게 사세요’ 한다. 앞으로 모르긴 하겠지만 그것도 누려본 사람이 누리지 않나? 저는 아직은 뭔가 불편하다. 단, 이런 생각은 한다. ‘집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는. 저는 집에서 오래 생활한다. 늘 집에서 기타 치고 혼자 녹음하고, 이것저것 잡다하게 논다. 욕심 있는 게 딱 그것 하나다.

노래는 잘하는데 자신의 히트곡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정말 감동이 오고, 너무 부르고 싶고, 이것을 팬들이나 관객들한테 들려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정말 좋은 노래가 저한테 온다면, 그건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제가 만들어서 히트를 해도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의무감에, 그냥 가수가 직업이기 때문에 장사가 될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다. 히트가 안 되더라도 그건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어쨌건 저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부끄럽지 않은, 그런 노래를 하는 가수’로 스스로 평생 자연발생적 자기 검열을 하면서 노래를 부를 것 같다.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존재감 있게 가기 위해서는 혼자만으로는 어려운 것 같다. 그건 회사의 몫 같다. 그렇게 갈 게 아니라면 수수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제가 그렇게 하고 있다. 콘서트를 해도 내가 혼자서 원맨쇼를 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정말 돈만 벌려고 아무나 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제대로 하면 재미있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모든 걸 다 뽑아내서 살려야 할 건 더 살려 가치를 높이고 불필요한 것은 깎아내 더 좋은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만드는 그런 프로젝트…. 그게 안 된다면 저는 진정성 하나로 팬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길을 가겠다.

노래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방송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저분은 진짜 저 노래를 스스로 감흥이 오고 너무 좋아서 부르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제가 대학교 때부터 가졌던 건 나 자신이 감동이 오는 노래를 불러야 듣는 분들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냥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저와 맞지 않는다. 몸에서 반응이 그냥 온다.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면 탈 난다.

이렇게 말하면 팬들이 싫어하겠지만 저는 지금도 마음 상태가 아웃사이더인 것 같다.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제가 생각하는 가치가 아웃사이더로서 할 수밖에 없더라도 그걸 감내하겠다. 어느 정도 정서적인 타협도 좀 하고 이런 게 저는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제가 모르고 있던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아한다. 개방적이더라도 내 중심을 버리는, 그런 건 나는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래를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상투적이고 식상하긴 한데 진정성이다. 제가 표현해내는 노래들은 다 저여야 된다. 그냥 노래 전달만 하는, 직업으로서 그냥 부르는 사람은 아니다. 저는 좀 다른 것 같다. 진심을 담아서 하는, 그게 오히려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순한 꿈은 몸이 좀 잘 버텨서 라이브로 팬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다. 또 제가 좀 더 정서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한테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내공이 깊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빅 히트곡을 내겠다든지 그런 거랑은 좀 다르다.

누군가는 낼 것이다. (하하)

가수 중에 누구를 닮고 싶은가?

참 좋아했던, 우리나라 무대에서의 롤 모델은 가수 김광석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너무도 안타깝다. 김광석을 닮겠다고 하면 아마 팬들이 난리 날 것이다.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캐나다 아스티스트 닐 영이다. 나이 든 것에 대해 스스로 폄하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계속 보여주는, 어느 장소에서든지 노래하고 하모니카 불고 얘기하고 이게 그냥 내 롤 모델이다.

그러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활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저는 팬들한테 얘기한다. 깨야 할 꿈이 있다면 빨리 깨서 만나자고. 그래서 진짜 괜찮은 꿈을 꾸어나가자고.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대중한테 계속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맞다. 어떤 분이 행복해지면서 곡이 안 써지더라고 했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걸 느꼈다. 편안하게 뭐가 주어져도 그냥 널브러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것에 가치를 안 두기 때문에 엄청난 게 주어져도 조금 더 편하고 좋다는 정도다. 그게 다다.

설렘이 없으면 창작자는 죽은 거랑 마찬가지다. 내가 설렘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항상 생각한다. 설렘을 계속 갖고 가고픈 바람이 있다. 100% 만족이 되면 설렘이 사라진다. 그래서 저는 모르긴 몰라도 자신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면서 살게 될 것 같다. 방이 넓어도 혼자 구석에 이렇게 구부리고 자는 것 같은. 약간 웃긴 얘기지만 그런 나를 가끔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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