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문화박물관 이소룡 유품 상설전시에 50주기 추모전시 동시 개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조용하고 날렵한 움직임, 번개처럼 강렬하고 정확한 공격.
정신을 쏙 빼놓는 쌍절곤 묘기와 한번 들으면 절로 따라 하게 되는 괴성 “아뵤~”.
전설적인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이소룡, 영어 이름 브루스 리)이 33세로 요절한 지 벌써 50년이 됐습니다.
1940년 11월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리샤오룽은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액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1973년 7월 20일 ‘용쟁호투’의 개봉을 앞두고 뇌부종으로 돌연 사망했습니다.
리샤오룽이 숨을 거둔 홍콩에서 그를 추모하는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둘 다 홍콩 샤틴의 홍콩문화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데 하나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설전시 ‘평범함을 넘어선 남자 : 브루스 리’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2일 시작한 팝업 전시 ‘브루스 리 : 시간을 초월한 고전’입니다.
전시품 촬영이 금지된 상설전시는 그의 유족이 운영하는 미국 ‘브루스 리 재단’이 기획했습니다.
리샤오룽을 상징하는 노란색 트레이닝복 등 그가 영화에서 입었던 여러 의상을 비롯해 무술 훈련에 사용했던 펀치백과 헤드기어 등 각종 장비, 영화 포스터와 사진, 언론 보도, 가족과 찍은 다양한 사진 등 400여점의 방대한 전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찾은 이 상설전시장에서는 노년층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 젊은이 등 다양한 연령의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전시를 보러 온 앤젤라 씨는 “브루스 리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뜬 사람이지만 워낙 유명한 스타라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친숙하다”며 “전시품이 다양해 볼거리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박물관 2층의 상설전시장과 달리 1층의 열린 공간에 마련된 50주기 추모 팝업 전시는 리샤오룽의 각종 사진과 함께 그가 쌍절곤을 들고 있는 실물 크기의 상반신 조각상, 그의 생전 인터뷰 영상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리샤오룽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모형 인형(피규어), 만화, 애니메이션과 영화 장면 등도 전시돼 있습니다.
리샤오룽의 상반신 조각상을 자세히 쳐다보던 백발의 쩨힌만 씨는 “브루스 리는 정말 인기가 많았고 내 친구들 모두가 좋아했다”며 “정말 대단한 스타였는데 오늘 전시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1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리샤오룽은 TV 시리즈 ‘그린 호넷’ 등에 출연했고 이후 홍콩으로 돌아와 ‘당산대형'(1971), ‘정무문'(1972), ‘맹룡과강'(1972), ‘용쟁호투'(1973), ‘사망유희'(1978) 등 5편의 영화를 남겼습니다.
그가 촬영 도중 사망한 ‘사망유희’는 ‘당룡’이라 불린 한국 배우 김태정이 그의 대역을 맡아 완성한 작품입니다.
홍콩문화박물관은 브루스 리 재단과 함께 오는 18일부터 닷새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캠프 브루스 리’도 개최합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등 리샤오룽의 어록을 중심으로 그의 철학을 탐구하고 절권도의 기본 동작을 익히며, 리샤오룽의 딸인 섀넌 리와 화상으로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편, 영화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 등으로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세계적 영화감독 리안이 아들과 함께 리샤오룽의 전기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리 감독의 아들 메이슨 리가 극중 리샤오룽을 연기합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리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을 발표하면서 “브루스 리는 완전한 미국인도, 완전한 중국인도 아니었지만, 쿵후를 전 세계에 소개한 동양과 서양 사이 다리였다”며 “그는 전투의 과학자였고 무술과 액션영화 모두에 혁명을 일으킨 상징적인 연기 예술가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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