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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칼럼] 차등의결권 주식과 창업생태계 활성화

이투데이 조회수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경영법률학회 부회장)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허용
벤처기업법 개정안, 11월 시행 앞둬

“유니콘기업 성장 기회” 기대감에도
경영권 편법 승계 등 악용될 가능성
“특별법 넘어 일반 상법도 도입해야”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서 회사가 발행한 의결권 수가 서로 다른 종류의 주식을 광의의 개념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이해하면 다양한 형태의 주식을 들 수 있다. 두 종류 이상의 주식을 발행하고 발행된 주식 사이에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주식(Multiple share), 1주에 대해 1개 미만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부분의결권 주식(Fractional share), 주식 보유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의결권 수가 증가하는 보유기간별 테뉴어 보팅(Tenure voting) 등이 있다.

또 보유주식 수가 일정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 의결권을 인정하는 상한부의결권 주식(Capped voting plan), 보유주식 수가 증가함에 따라 단계별로 의결권 수가 축소하도록 하는 단계별 축소의결권 주식(Scaled voting plan), 정관으로 정한 일정한 수의 주식을 1단원으로 하고 1단원에 대하여는 1개의 의결권을 부여하지만 1단원 미만의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 단원주 등도 넓은 범위의 차등의결권 주식으로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황금 주(Golden share)와 함께 주주평등 원칙의 대표적인 예외에 해당한다. 외국기업이나 외국자본의 우리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공격이 지속되고 있고, 그러한 공격을 방어하기에 우리 기업이 취약하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정되고 있는 방법들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법제로써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황금 주는 주로 국가의 중요한 사업에 해당하는 석유‧전기‧가스‧통신 등의 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발전했다. 이는 영국에만 한정되어 논의된 것이 아니라 독일‧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발생됐다. 미국은 이미 거부권부 주식을 인정하고 있다. 성문법 체계에서 거부권부 주식을 도입한 일본의 입법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이즌 필(Poison pill)은 상대방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일종의 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저렴하게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려는 자는 지분을 확보함에 있어 어려움이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 기존 주주의 경영권을 지켜내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법제의 대표적인 포이즌 필은 최대주주의 지분율 이상으로 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 발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정관에 명시하게 된다. 어떤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15%라고 가정하면, 정관에 ‘자사 지분을 10% 이상 매입할 경우 포이즌 필이 발동된다’고 명시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기여하게 된다.

다만 포이즌 필에 대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데, 경영권 방어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는 하나 신주를 추가로 발행하면 주당 가치가 감소하여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주주들에게 독이 되는 조항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기업의 가치가 낮고 불안정해 투자자금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금을 얻기 위해 경영자가 갖고 있는 지분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투자금을 받는 형태로 투자금을 모으지만, 이 경우 과하게 주식의 지분을 제공하게 될 시 창업자의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구글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혁신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선택한 가운데,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올해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률안은 올 11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는 차등의결권 주식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형 차등의결권 주식은 창업주만 가능하고,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발행된 차등의결권 주식은 최대 10년 동안 유효하고, 창업주가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형 집행 종료 후 2년이 지나야 한다. 기업이 상장될 경우에는 3년 뒤 보통주로 전환되며 창업주가 상속‧양도‧증여 등으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양도하거나, 이사직을 사임하거나,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게 되는 경우 역시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다만 투자자 권리 침해 차별, 경영권 편법 승계, 대기업과 재벌의 악용 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될 수 있는바,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차등의결권 제도가 특별법을 넘어 일반법인 상법에도 도입돼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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