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해로운 기호식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초 담배의 연기엔 70여가지 발암물질, 7000여 가지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화학물질엔 극성 독성물질인 청산가리, 역시 독성물질이자 핵무기 원료인 우라늄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담배 속 화학물질 가운데 소비자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0.03%에 불과하단 점이다. 담뱃갑에 적힌 발암물질 역시 타르, 니코틴 외에도 니켈, 벤젠 등 6종이 더 있지만 함량까진 표시되지 않는다.
지난달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3년 대한금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헬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붕어빵을 살 때 그 안에 붕어가 들어 있는지 안 들어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데 담배 성분에 대해선 사람들이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개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담뱃갑에 적힌 타르, 니코틴으로만 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충격적인 점은 더 있다. 호주 등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에선 보건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담배에 들어 있는 성분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담배회사의 ‘영업비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비준(법 절차에 따라서 나라가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승인하는 것)한 바 있다. 해당 협약은 정부가 담배 제조사로부터 담배 성분 정보를 제출받고 검증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담배 성분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협약을 실현하기 위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이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민단체 ‘흡연자 인권연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분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흡연자에게 무조건 끊으라고 강요만 하지 말고, 지금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건강에 어떻게 나쁜지, 나쁘면 얼마나 나쁜지, 어떤 제품이 더 나쁘고 어떤 제품이 덜 나쁜지.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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