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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분노케 한 ‘킹더랜드’…K콘텐츠, ‘글로벌급’ 논란 유감[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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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더랜드', '수리남',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 JTBC, 넷플릭스, tvN
▲ ‘킹더랜드’, ‘수리남’,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 JTBC, 넷플릭스, tvN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K-드라마 속 묘사가 해외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수리남’과 ‘작은 아씨들’ 그리고 ‘킹더랜드’까지, 글로벌 시청자의 시선을 놓친 설졍과 장면이 잘 나가던 드라마에 걸림돌이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비영어 톱10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나날이 인기 고공행진 중인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가 아랍문화 왜곡 논란이라는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났다.

지난 8, 9일 방송된 ‘킹더랜드’에는 아랍 왕자 사미르(아누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사미르는 구원(이준호)과 유학 시절 앙숙이었던 친구로 구원을 골탕 먹이기 위해 “내 말에는 무조건 ‘예스’라고만 답한다”는 짓궂은 조항을 담은 계약서까지 쓰고 킹호텔을 방문한 그는 자신을 환영하는 천사랑(임윤아)을 보고 한눈에 반해 구원과 폭소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갔다. 

▲ '킹더랜드'. 제공|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 ‘킹더랜드’. 제공|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미르가 여성들을 여러 명 끼고 술을 즐기는 ‘호색한’으로 그려졌다는 점. 사미르는 클럽으로 보이는 곳에서 유흥을 즐기고, 처음 만난 천사랑에게도 추파를 던진다. 그와 학창시절을 보낸 구원은 “바람둥이”라고 그를 비난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이 에피소드가 공개되자 아랍 시청자들은 ‘킹더랜드’가 술이 금지된 아랍 문화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장면을 삭제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아랍 왕자라는 설정에도 불구 아랍 문화에 대한 존중은 물론 이해조차 없었다 비난이 인다. 일부에선 인도계 배우가 아랍 왕자를 연기했다는 점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스포티비뉴스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은 모두 가상의 설정이다. 특정 국가의 왕자로 묘사하지 않았다”라고 인종차별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해명에도 시청자들의 공분은 더욱 불타올랐고, 이에 ‘킹더랜드’ 측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제작진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라고 추가 입장을 냈다. 분노한 아랍 시청자들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드라마의 연출과 설정이 해외 시청자들과 갈등을 빚은 것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수리남과 tvN ‘작은 아씨들’ 역시 해외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며 반발을 산 바 있다 .

▲ 수리남. 제공ㅣ넷플릭스
▲ 수리남. 제공ㅣ넷플릭스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극의 제목이자 배경으로 남미 국가 수리남을 사용해 수리남 정부의 비판을 받았다. ‘수리남’은 수리남을 주름잡는 한국인 마약왕을 잡으려는 국정원과 민간 사업가의 공조를 담았다.

한국에선 공개 이후 묵직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인기를 모았지만 지구 반대편 수리남 정부는 수리남을 마약과 부패가 판치는 국가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 즉각 반발에 나섰다.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 장관은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드라마가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제작 과정에서부터 예견된 갈등이었다. 공개 이전에도 국가명을 드라마 제목으로 삼은 점을 우려해 우리 외교부가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영문 제목이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 마약상-성자)로 수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기에 가상의 국가명을 써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수리남’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을 무대로 활동하다 붙잡힌 실존 한국인 마약상 조봉행과 체포에 도움을 준 민간인 K 이야기가 토대다. 넷플릭스나 제작사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 ‘작은 아씨들’ 포스터. 제공|tvN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역시 역사 왜곡 논란을 빚으며 베트남에서 방송 중단 사태를 맞은 전적이 있다. 베트남 방송전자정보국이 베트남 전쟁을 왜곡했다며 ‘작은 아씨들’을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고 사흘 만에 드라마 전편이 삭제됐다.

문제가 된 대목은 극중 인물의 베트남 참전 경력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한국 군인이 베트콩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다. 어떤 군인은 100명까지 죽였다”, “한국 군인은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 등의 대사가 한국군을 베트남 전쟁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한국 작품이 역사 왜곡이란 이유로 삭제 조치된 것은 ‘작은 아씨들’이 처음이다.

이에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스포티비뉴스에 “베트남 방송전자정보국의 서면 요청에 현지 방영이 중단된 게 사실이다. 논란을 빚어 죄송할 따름”이라며 “향후 콘텐츠 제작에 사회적,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해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K-콘텐츠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상황.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넓은 사랑을 받는 만큼 글로벌 시청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역시 필수다. 인종차별 이슈, 문화왜곡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더 세심한 검토가 요구된다. K콘텐츠의 지향이 K를 넘어선 글로벌이라면 응당 세계의 문화와 정서를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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