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싫은 서른 살 여성 이야기…미우라 도코 첫 단독 주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너도 벌써 서른이야.” 엄마가 말을 꺼낸다.
“또 결혼 얘기하려고?” 딸이 바로 방어막을 친다.
일본 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결혼과 같이 기성세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는 MZ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작품이다.
부모가 말끝마다 결혼 얘기를 꺼내고, 자식이 그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일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영화의 주인공 카스미(미우라 도코 분)는 첼리스트의 꿈을 접고 일본 지방 도시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서른 살 ‘모태 솔로’다.
연애도 결혼도 다 싫고 혼자 살고 싶다는 그는 눈치 없이 자기에게 접근하는 남자에겐 스스로 ‘무성애자’라고 대놓고 말한다.
그런 카스미는 결혼을 독촉하는 엄마(사카이 마키)와 충돌한다. 엄마는 “옷 사러 가자”며 카스미를 속이고는 맞선 장소로 데려가기도 한다. 양쪽의 엄마가 동석한 2 대 2 맞선에선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같은 어색한 대화가 오간다.
카스미를 이해해주는 듯한 남자를 만나 좋은 친구가 될 줄 알았지만, 남자가 사랑 고백을 하면서 관계가 깨져버린다.
그래서 카스미는 고독하다. 바닷가에 홀로 앉아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카스미의 모습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카스미는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중학교 동창생 마호(마에다 아쓰코)를 만나 ‘소울 메이트’를 찾은 줄 알았지만, 이 또한 카스미의 소원대로 되진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스미에게 ‘굴하지 말고 꿋꿋이 자기 길을 찾아가라’고 따뜻하게 응원하는 듯하다.
일본 지방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그린 이 영화는 잔잔한 감동과 유머가 매력이다. 카스미가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이나 남자들과 대화가 어긋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카스미의 가족 중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빠(미야케 히로키)일 것이다. 부녀는 종종 깊은 대화를 나눈다. 자녀와 대화하고 싶어도 뜻대로 안 되는 부모가 있다면 카스미의 아빠에게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다마다 신야 감독이 연출한 ‘보통의 카스미’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운전사 미사키 역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우라 도코가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OST에도 참여한 그는 ‘보통의 카스미’의 주제곡도 불렀다.
마호 역의 마에다 아쓰코는 일본 아이돌 걸그룹 AKB48 1기 출신의 배우로,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2014) 등의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다.
19일 개봉. 104분. 12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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