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의 인간 수명 연장 프로젝트!
픽사 애니메이션 <업, Up>의 불과 5분쯤 되는 오프닝 시퀀스는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글쎄 아직은 어린 나이의 어린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을 테지만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게 되면 그만큼 감동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 5분 남짓 되는 시간 속에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린 칼과 그의 아내인 엘리의 풋풋한 어린 시절부터 행복했던 연애시절을 거쳐 웨딩마치를 올리고 함께 여정을 보내는 장면들이 마구 스쳐 지나간다. 급기야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칼의 쓸쓸한 모습 뒤로 버킷리스트 같았던, 하지만 위험천만한 모험이 그려진다.
여기 칼 할아버지처럼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생뚱맞긴 하지만 <드래곤볼>에 등장했던 일부 빌런들도 ‘불로불사’라는 걸 꿈꾸기도 했다. 고작 만화책(하지만 길이 남을 대작이 아닌가)에 불과한 <드래곤볼>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테지만 그 속에 등장했던 빌런들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면 우주를 손에 쥐었을 것 아닌가. 사실 기원전에 존재했던 진시황도 볼로장생을 꿈꿨다고 했다. 왕위에 오르고 실권을 쥐었으며 천하통일을 이루고 황제가 되었다. 폭군이든 뭐든 간에 불로초를 쫓아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 바랐지만 불과 50세의 나이를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늙고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환경이 바뀌고 기술 또한 좋아진 탓에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의 어느 바이오테크 기업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10년 더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연구를 지속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심지어 2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금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이 스타트업의 이름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다. 레트로가 투자금으로 확보한 금액의 출처는 다름 아닌 오픈 AI의 샘 올트먼이라고 전해졌다.
“Sam Altman gave us ChatGPT. Now he wants us to defy death”
정확히 하면 1억 8천만 달러 규모이고 한화로 따져도 2천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에 대한 기사는 구글링 해도 그 결과값이 꽤 나오는데 샘 올트먼이 개인 자금을 이 정도로 투자한 것이라면 분명히 생명 연장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인간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었을까?
샘 올트먼은 잘 알려진 것처럼 챗GPT의 오픈 AI는 물론이고 핵융합 발전을 통해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헬리온 측에도 투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의 삶을 연장할 수 있는 기업에도 투자했다고 하니 세 가지나 되는 궁극의 테크놀로지에 심혈을 기울인 것 역시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테크놀로지 리뷰(MIT 테크놀로지 리뷰, technologyreview.com) 아티클에서도 샘 올트먼의 생명 연장을 다룬 바 있는데 이 기사(기사 타이틀은 ‘Sam Altman invested $180 million into a company trying to delay death’)에서는 샘 올트먼의 AI와 핵융합 그리고 생명연장 테크놀로지를 연구.개발하는 기업들을 두고 하드 테크(Hard Tech)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만큼 이룩해내기 어려운 기술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하며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셈이다. 하지만 챗GPT는 미국 변호사시험에 일본 의사 고시까지 합격할 만큼 월등하게 진화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핵융합 기술을 통한 꿈의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았던가. 이제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 역시 언젠가 실현 가능한 분야가 되지 않을까. 설령 ‘하드테크’라 해도 어쨌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다.
‘Longevity’라는 매체에서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줄곧 말하는 ‘나이 드는 것(aging)’과 그렇지 않은 것(Anti-aging) 사이에서 샘 올트먼의 생명 연장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이 내용에서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내용이 꽤 눈여겨볼 만했다. 이 같은 내용은 MIT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나온다. 젊은 쥐 한 마리의 ‘Young Blood’를 나이가 든 늙은 쥐 한 마리에 혈액을 공유했다가 늙은 쥐가 마치 젊음과 원기를 회복한 것 같다며 노화 방지 연구에 대해 레퍼런스로 삼기도 했었단다. 단순히 피를 공유했다는데 이것이 노화 방지를 위한 요소가 될 수 있을까? 자칫 잘못하면 젊은이들의 목에 대고 피를 빨아먹는 미친 뱀파이어가 등장해 버리는 건 아닌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 피는 젊지 않으니 가져가지 마세요!’
어찌 됐든 중장년층의 혈관은 나이가 들어 늘어지고 경우에 따라 막히는 경우도 있을 터. 젊은 사람들의 혈액 자체가 어떤 특정한 힘을 가졌다기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일종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나름대로 정화하고 희석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피를 빨아먹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샘 올트먼 역시 이러한 혈액 공급과 정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니까 지금 레트로에 투자한 것 역시 쥐들의 혈액 공유를 통한 아이디어 차원을 레트로에서도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셈이고 혈액 공유 이외에도 생명 연장에 필요한 모든 연구와 개발에 투자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쨌든 ‘Young Blood’는 생명연장 프로젝트의 출발선인 것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아포칼립스물인 <나는 전설이다>에서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좀비 같은 변종된 인간과 자신의 면역체를 통해 백신을 연구한다. 수차례나 겪어 성공할 듯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쓰던 자택 지하의 연구소가 불에 타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또 다른 생존자를 찾아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위와 같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칠전팔기 그 이상 좌절도 하게 될 것이고 실패 사례도 수도 없이 쌓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변종인간을 수도 없이 데려왔을 네빌이 아니라 자금을 가진 네빌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억만장자 변종인간이 연구에 몰두하는 네빌에게 돈을 쥐어주며 나도 살아남게 해달라고 한다면? 그러니까 생명연장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돈이 있는 사람들의 굉장히 특별한 연구가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레트로에 거액을 투자한 샘 올트먼만큼은 자신의 운명을 더욱 길게 가져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샘 올트먼과 레트로라는 기업이 아니어도 생명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어떠한 기술을 활용하게 될지 모르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병에 들고 치명상을 입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리고 건강한 세포를 통해 노화 방지 기술을 구축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언젠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이곳에서도 유사한 타이틀을 붙였지만 본문 내용에는 신체 조직의 재생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장기, 나노봇부터 첨단 수술기법 등 지극히 미래지향적 헬스케어 등 조금은 현실적인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그것도 살기 좋은 세상에서 오래오래 장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지만 그 이전에 지독하리만큼 없어지지 않던 불멸의 암세포나 ‘불치병’이라 불리던 것 또한 제대로 박멸할 수 있는 궁극의 테크놀로지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기술은 어떻게 안될까요?
※ 아래 아티클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 Sam Altman gave us ChatGPT. Now he wants us to defy death(2023.3.9), businessinsider.com
– Sam Altman invested $180 million into a company trying to delay death(2023.3.8), technologyreview.com
– ChatGPT’s Sam Altman’s $180 Million Investment Aims To Delay Death By 10 Years, longevitylive.com
– Can we delay death with tech? These advances hold promise(2023.3.21), nationalgeographic.com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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