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사이드]이탁근 해시드이머전트 대표
‘갠지스강을 가득 메운 호객꾼’, ‘신호등 없이 지나가는 행인’, ‘손으로 먹는 인도식 커리’
MBC 예능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이하 태계일주2)에서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보여준 인도의 모습이다. 여전히 복잡하고, 낙후됐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짝 들춰보면 전혀 다른 인도의 모습이 나온다. 2022년 인도의 IT 관련 기업의 총매출은 2270억달러(약 296조원).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로 벌어들이는 연간 순이익(1611억달러)보다 크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도 100개가 넘는다. 명실상부한 IT 강국이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는 일찌감치 서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 진출의 거점으로 인도에 주목했고, 2021년 신흥국 전문 투자사 해시드이머전트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해시드이머전트는 ‘인도 전문가’ 이탁근 대표가 이끌고 있다. 매달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신흥국 투자에 집중하는 이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낙후된 인프라·넘치는 IT인재…’웹2.5 전초기지’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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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처음 인도를 마주한 건 2005년 대학생 시절이다. 배낭여행에서 인도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은 이 대표는 2013년 미국계 자산운용사 인도팀으로 입사했다. 당시 유일한 한국인으로 인도 현지에서 딥테크, 미디어, 텔레콤 분야를 담당해왔다. 이후 스타트업을 창업·육성하는 컴퍼니빌더(Company Bulider)로서 한국계 벤처 투자사의 인도 스타트업 투자를 자문했다.
이 대표가 해시드이머전트 설립에 합류한 것도 당시 해시드의 인도 투자자문을 맡았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 현재 해시드이머전트는 해시드의 벤처캐피탈 자회사 해시드벤처스가 지분 70%, 이 대표의 TKN어드바이저스가 지분 30%를 갖고 있다. 지난해 초 투자를 시작한 1호 펀드는 현재 25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이중 90%가 인도 기업이다.
인도에 주목하는 건 웹2.5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웹2.5는 기존 웹2.0 IT 서비스에 웹3.0인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걸 뜻한다. 최근 스타벅스가 NFT(대체불가능토근)을 발행해 멤버십 강화에 나선 것도 웹2.5 서비스의 일종이다. 웹3.0는 각종 규제에 막혀 스케일업이 쉽지 않지만 웹2.5는 다르다. 특히 인프라가 낙후된 신흥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인도를 웹2.5 전초기지로 꼽은 건 잠재적 개발자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웹2.5 생태계가 자리 잡으려면 블록체인을 빨리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한 데 인도에는 잠재적 개발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기준 인도 IT 종사자 수는 500만명에 달한다.
영어에 친숙하다는 점도 인도의 강점이다. 이 대표는 “웹2.5의 특징은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언어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인도 대부분 학교에서 영어로 교육을 진행해 창업가 대부분 영어가 유창하다. 바로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스타트업, 신흥국 진출 지원군…인도 아웃소싱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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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드이머전트는 투자 외 웹2.5 생태계 형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시드 컬리지 믹서(Hashed Collage Mixer)’를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전 세계 주요 12개 도시 학생들이 교류하는 행사로 지금까지 1400여명이 참석했다.
연말에는 ‘인디아 블록체인 위크(IBW2023)’ 를 진행한다. 장소는 인도 벵갈루루다. 인도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업을 연결하고, 산업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시드이머전트는 발굴부터 투자, 육성까지 가능한 풀스택 투자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투자 외 활동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IBW2023과 해시드 컬리지 믹서 이외 블록체인 정책 커뮤니티 ‘HODL’과 ‘T2C(Text to Code)’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시드이머전트는 더 나아가 수준 높은 인도 IT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아웃소싱 플랫폼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인도는 전 세계 IT 외주 시장점유율 1위다. 중국은 ‘글로벌 하드웨어 공장’, 인도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공장'”이라며 “인도의 대형 IT 외주 기업은 임직원 규모가 한 기업당 30만~40만명에 달한다. 구글과 JP모건이 이용할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인도 IT 아웃소싱 플랫폼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올해 안에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라며 “우선적인 서비스 대상은 해시드벤처스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사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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