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에서 ‘노키즈존(no-kids zone·어린이 출입금지 구역)’이 성행하는 현상에 대해 외신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에서는 최근 몇년동안 노키즈존이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어른들을 위한 방해없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매장이 생겨났다”고 했다.
CNN은 여러 단체를 인용해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여곳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CNN은 “인구 통계학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많은 곳에서 어린이들을 제한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꼴찌다. 이는 일본(1.3명)이나 미국(1.6명)보다 낮은 수치다. CNN은 이에 대해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노키즈존 찬반 팽팽…”韓, 최근 노시니어존·노유튜버존도 나와”
CNN은 노키즈존 도입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로 2012년 발생한 ‘푸드코트 화상 사건’을 꼽았다. 이는 식당에서 한 어린이가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을 입은 사건으로, 당시 50대 종업원은 ‘국물녀’로 불리며 비난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아이가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다 종업원에게 부딪힌 후 국물을 뒤집어쓰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뒤바꼈다. 이후 아이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부모를 향해 비판이 이어졌고, ‘노키즈존’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CNN은 아이가 없는 성인들은 물론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이모씨는 “아이랑 외출할 때 종종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을 보게 된다”며 “공공시설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리하지 않는 부모가 많이 있는만큼 노키즈존이 왜 있는지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키즈존에 불편함을 느끼는 부모도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모씨는 “가게에 노골적으로 ‘노키즈’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공격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에는 ‘맘충’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들에 대한 혐오가 있고, 노키즈존이 이런 정서를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등 연령에 따른 금지구역 설정은 물론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 특정 직군의 사람들까지 배제하는 공간마저 등장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에 대해 점점 더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다룬 ‘노키즈존’ 문제…”아이 갖는 것 꺼릴 수도”
노키즈존에 대해 지적한 매체는 CNN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노키즈존 확산에 주목했다.
WP는 지난달 12일 ‘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키즈존 논란을 다뤘다. WP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에서 이는 특히 중요한 문제”라며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고, 아이를 갖는 것을 한층 꺼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이를 표적으로 삼기보다는 공공장소에서 고성을 비롯해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제안도 제기됐다.
존 월 럿거스대 교수는 “술에 취한 성인이 식당에서 고함을 치는 것이 갓난아기가 우는 것보다 훨씬 짜증 나는 일”이라면서 “어린이 출입 금지는 그들이 2등 시민이라고 주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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