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징계’ 후 첫 경기서 3-1 완승…바코 멀티골·김영권 복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천일 만에 골 맛을 본 K리그1 울산 현대의 김태환이 ‘인종차별 논란’ 속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중심을 잡으려는 팀을 대표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울산은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대구FC와 홈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언사를 보인 이규성, 이명재, 박용우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천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후 울산이 처음으로 치른 경기였다.
이들과 인스타그램에서 댓글로 대화를 나눠 함께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정승현도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초반부터 승기를 울산 쪽으로 가져온 선수가 김태환이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오른 측면에서 아타루가 전한 절묘한 뒤꿈치 패스로 페널티지역 모서리 부근에서 수비 견제 없이 공을 잡은 김태환이 왼발로 깔아 차 반대편 골대 하단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이는 김태환이 2020년 9월 27일 대구와 원정 경기 이후 처음으로 올린 득점이다. 햇수로 3년 만이고 일수로는 1천일 만이다.
지난달 9일 강원FC전 이후 출전하지 못하다가 모처럼 선발로 나섰는데,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한 것이다.
김태환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을 믿고 있었다. 언젠가 뛸 것이라고 생각하며 잘 준비했다”며 “첫째 아들이 축구를 시작했는데 아빠는 왜 골을 넣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아빠가 골 넣고 오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넣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인종차별 징계’ 이후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구전을 준비했냐는 질의에 김태환은 “오늘 미팅 때도 선수들이 다 ‘그런 건 다 핑계’라고 말하면서 (경기에) 나왔다”며 “꼭 오늘 이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징계에 따라 처진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도록 선수단이 사전에 마음을 다잡았다는 설명이다.
사실 ‘징계 후 첫 공식전’이라는 맥락만 없다면 이 경기는 울산 입장에서는 호재로 가득했다.
김태환이 3년 만에 골을 넣었고, 바코도 멀티 골을 폭발하며 주민규와 함께 시즌 10골째를 찍었다.
지난달 28일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국가대표팀 소집에도 응하지 못한 김영권도 1달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김영권은 후반 1분여 만에 하프라인부터 질주한 후 세징야와 2대1 패스 끝에 문전에서 기회를 잡은 바셀루스의 왼발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김태환은 “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달라. 우리도 응원의 목소리가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꼭 마지막에 또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년 연속 K리그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3연승을 달린 울산은 승점 47을 쌓아 2위 FC서울(승점 32)과 승점 차를 15로 벌리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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