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 달 23일부터 적용되는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에 일본이 맞장구치면서,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 등 살길 찾기에 나선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계가 최근 이러한 일본의 규제 적용을 앞두고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은 일본에서 넘어 온 기술과 장비에서 나왔다.
매출 기준 세계 2위 TV 세트 제조사인 중국 TCL테크놀로지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내 공급망을 신속하게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테크놀로지도 공급망 확보, 위험 최소화를 위한 원자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인 중국 PNC테크놀로지는 한국, 일본에서 들여오던 장비를 대체할 국내 공급업자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은 다음 달부터 섬세한 회로 패턴을 기판에 기록하는 노광장치, 세정·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 첨단 반도체 관련 23개 물품 수출에 대해 경제산업상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10월 먼저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를 도입한 미국이 업계를 주도하는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 지난 1월 합의한 결과다.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와 외신은 사실상 중국을 타깃으로 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먼저 반도체 수출 규제를 도입한 미국보다 일본의 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산이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일본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반도체 제조 장비 규모는 일본 전체 반도체 수출의 30%인 8200억엔(약 7조4500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일본의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모는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일본산 포토리소그래피·식각·열 가공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중 화진증권은 평가했다. 지난해 이들 세 개 장비의 중국 총수입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8%, 31%, 59%에 달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규제를 피해 집중 양성해온 범용 반도체 수급에도 일본의 장비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 대상을 발표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제재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조만간 반도체 장비 규제에 나서게 되면 중국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수출 규제로 타격을 받았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1분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59억달러(약 7조5000억원)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3%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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