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 이장부인 역…”정작 가면 쓰지 않은 유일한 인물”
육아로 10여년 간 경력 단절…”혼자 울었던 적도 많았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요즘 들어 촬영하러 집을 자주 비우니까 애들이 엄마는 언제부터 꿈이 배우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이들한테는 말 못 했지만, 오래전부터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었어요.”
극단에서 월급 30만원씩 받으며 공연을 준비하던 시절마저 연기가 좋아 마냥 행복했다는 배우 박보경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육아를 위해 잠시 배우라는 꿈을 접었다.
10여년을 가정주부로 살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연기에 도전한 그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비서실장 고수임 역, ‘나쁜엄마’에서 야쿠자 딸 이장부인 역을 맡아 짧은 몇 장면만으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오랜 꿈을 차근차근 펼쳐내고 있다.
20일 JTBC 드라마 ‘나쁜엄마’ 종영을 기념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보경은 “아직도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꿈만 같다”고 말했다.
박보경은 ‘나쁜엄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입바른 소리를 해서 마을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이장부인 역을 맡았다. 항상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이고 다녀 드라마 내내 얼굴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항상 마스크팩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일본 야쿠자의 딸이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였지만, 가면을 쓰고 바른말을 하는 아이러니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박보경은 “조우리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보통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면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데 이장부인은 그런 가식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며 “정작 드라마 내내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은 이장부인 한 사람뿐이었다”고 짚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박보경은 같은 대학, 같은 극단 출신인 배우 진선규와 부부 사이다.
집에 쌀이 떨어져서 친구에게 쌀을 꿔 먹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서로 의지하며 버텼다는 부부는 마침내 ‘연기파 배우’로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남편 진선규는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으로 칸 국제시리즈페스티벌에 초청됐었고, 박보경도 칸 초청작 ‘화란’, 디즈니+ 기대작 ‘무빙’ 등에서 얼굴을 비출 예정이다.
박보경은 “배우는 일을 안 하면 잊히기 때문에 다시는 배우로 활동하지 못할 줄 알았다”며 “기회가 오니까 얼떨떨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혼자 운 적도 많았죠.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눈물이 주룩 나고, 좋은 영화를 보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마음을 가족에게는 절대 티 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책임감이 는다는 박보경은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제 나이대 여자 배우들은 주로 엄마 역이었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진 시기에 활동하고 있다”며 “몸을 쓰는 비서, 마스크팩 쓴 야쿠자 딸 등 앞으로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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