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서울캠퍼스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다른 대학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양대 게시판에 ‘남학생 4명을 고발하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한양대 학생이자 성희롱 피해자의 언니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이들이 지난 4월 말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대학 남학생 4명과 A씨 동생을 포함한 타 대학 여학생 4명이 자리했다.
A씨는 이날 미팅 이후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동생 등 상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이날 미팅은 A씨 지인을 통해 성사됐으며, A씨는 이 남학생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다.
A씨는 “미팅 일주일 뒤 동생이 남학생 중 한 명과 애프터를 잡았다”며 “그날 동생은 울면서 집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인지 물어도 대답을 안 하다가 다음날 아무 말 없이 내게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을 보냈다”며 “남학생 4명의 단톡방 내용이었는데 손이 떨릴 정도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들은 미팅했던 여학생들을 상대로 저급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희롱하고 있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A씨 동생은 남학생 한 명과의 애프터 데이트 자리에서 남학생이 부적절한 메시지를 단톡방에 보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후 남학생은 A씨 동생에게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고 한다.
A씨가 공개한 남학생들의 단톡방 캡처 사진을 보면 이들은 “다 따먹자”, “장거리 왜 함”, “한입 하기엔 좋긴 해”, “함(한번) 대주면 감”, “대줘도 안 감”, “○○는 그 누구의 취향도 아니지 않냐?” 등 발언을 했다.
또 이들은 A씨와 A씨 동생의 사진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을 올렸다 지우며 자매의 외모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하고, 음란물로 추정되는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A씨는 “저와 동생 그리고 함께 미팅에 나갔던 여학생들은 하루하루 단톡방 내용이 떠올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 축제에서 술을 마시고 즐기는 사진으로 바뀐 그들의 프로필을 보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제 동생은 학교 축제가 두려워 즐기지도 못했다. 술자리에 가기도 꺼려질뿐더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이후 에펨코리아 등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하자 남학생 측은 같은 날 에브리타임에 “저희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상대방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해당 글을 보시고 불쾌감을 느끼셨을 학우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남학생 측은 “다 따먹자”, “몸매 나이스긴 해” 등 대화 일부와 음란물을 올린 것은 미팅 상대 여학생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며 A씨의 주장을 일부 반박했다.
이어 A씨 동생에게 “휴대폰을 자의적으로 건네준 것이 아니다”라며 “(A씨 동생의 제안으로) 휴대폰을 테이블 중간에 올려놓고 마시는 상황에서 (A씨 동생이) 가져가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학생 측은 “본질적으로 저급한 얘기를 했다는 사실, 그 이후에 축제를 즐기는 등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미팅 상대 여학생들에게) 저희의 입장과 함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미팅 상대방분들께서 오해한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문을 통해 해명됐을 거로 생각했고 (이후) 답장이 없어서 용서받았다는 섣부른 판단을 했다”며 “오만한 판단을 내리고 경솔하게 행동한 점에 대해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 A씨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교내 인권센터에도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단체 채팅방 성희롱은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청주지법은 2020년 단체 채팅방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하거나 비하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청주교대 남학생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현행법상 모욕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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