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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주차장에 딱 1시간 주차…유죄→무죄 뒤집힌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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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진=뉴스1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 허락 없이 1시간여 차량을 댔다는 이유로 기소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강희석)는 건조물침입 혐의로 약식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이 선고된 원심 판결을 지난 9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20일 오후 1시쯤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가로 승용차를 몰고 가 낯선 원룸 건물 1층에 주차했다. 이 건물은 필로티 구조로 지어져 도로와 맞닿은 지상에 주차장이 있었고, 주차 차단기나 외부인 출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이자 소유주인 B씨는 자리를 비웠다가 A씨의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출차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A씨는 1시간여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B씨와 다퉜다.

검찰(기소검사 김정훈)은 A씨에 대해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이 서면 심리 끝에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A씨는 법정에 소환됐다. A씨와 변호인은 ‘잠시 주차했을 뿐 건조물에 침입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1층 필로티 공간은 형태·구조상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선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드러난다”며 “출차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을 때 A씨에게는 침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A씨와 변호인은 항소하면서 △주차한 건물은 건조물침입죄의 대상인 건조물이 아니고 △A씨가 건물에 ‘침입’했다고 볼 수 없으며 △침입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누가 봐도 필로티 공간은 건조물”이라면서도 A씨의 행위가 침입이 아니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차장에 차단기 등 차량 진입을 막는 장치와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없었고, A씨가 진입 당시에도 별다른 제지 없이 자유롭게 주차했다”며 “A씨가 요청에 따라 퇴거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B씨나 건물 거주자들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3월 주거침입죄에 대해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론 바로 ‘침입’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른바 ‘초원복집 변경 판례’를 내놨다.

A씨는 머니투데이 기자가 주차 경위를 묻자 “사건 현장 주변에서 일했는데 그날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며 “한적한 시간대라 잠시 차를 댔고, B씨의 문자메시지를 미처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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