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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만 잘치는 치매 노인될라…구글이 뽑은 ‘뇌 건강관리앱’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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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이제빈 데카르트 대표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고스톱을 자주 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다른 거 하나도 안 하고 고스톱만 치면 ‘고스톱 잘 치는 치매 노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뇌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 고스톱을 치는 동안 뇌 활동량은 증가하지만, 치매 예방엔 도움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 모든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치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치매 환자는 88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나이 들어 뇌에 독성 단백질들이 축적되면 뇌 세포나 회로망이 망가진다. 이러면 기억을 저장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기능이 떨어져 사고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그것이 점점 심해지면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에 이른다.

의학계에 따르면 치매 발병 비율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3배 가량 높다. 폐경이 되고 나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주는 데 이때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호르몬도 함께 줄어 치매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치매센터에서 2020년 낸 자료를 보면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70%가 여성이다. 유병률은 높지만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상태라 ‘예방’이 우선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2021년 3월 뇌 건강관리 앱(애플리케이션)인 ‘데카르트’를 개발했다.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로 넘어가는 과정을 끊는 예방 기능을 부여했다. 이 대표는 “요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일상에서 많이 쓰다 보니까 기억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죠. 이 앱(데카르트)은 뇌 인지와 같은 기능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원리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데카르트 앱을 켜면 먼저 뇌 건강 자가 진단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늘 실천해야 할 목표 활동을 제시한다. △20개 이상의 인지력 강화게임 △여행영어 및 왕초보 영어학습 △셀프 도수치료·요가·필라테스와 같은 홈트 △20여개 마인드케어 명상가이드 △인지력·우울·스트레스 자가진단 △휴식·집중·긴장 완화 심호흡 가이드 등의 프로그램이 이용자 특성과 취향에 맞춰 매일 다르게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하버드메디컬스쿨에서 나오는 뇌 관련 논문에 기반해 디자인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데카르트 앱 화면/사진=데카르트

데카르트가 시장에 처음 나왔던 그해 ‘구글 선정 2021년을 빛낸 앱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출시 3개월만에 월 9900원의 유료서비스로 전환하고 시장성 검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1년간 6만~7만원을 쓰는 유료 구독자가 2000명 이상 나왔다. 이 실적을 본 우아한형제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후속 투자자로 손을 들었다.

2019년 12월 라인(LINE)으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을 끈 이 회사는 2022년 12월 4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55억원이다. 또 최근 KB금융그룹의 스타트업 보육기관 KB이노베이션허브의 지원 프로그램인 ‘KB스타터스’로 선정돼 KB보험과 같은 계열사와 협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벌써부터 치매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하는데 데카르트가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한다거나 새로 개발한 치매 보험상품을 판촉하는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시장 반응을 호의적으로 이끈 데카르트만의 비결을 꼽자면 ’50대 이상 사용자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손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맞춰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넥슨과 선데이토즈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게임 개발자들이 주부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애니팡’ 게임을 롤 모델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5060세대 여성들이 주로 쓰는 게임과 카카오톡, 유튜브 등의 기본 기능 범위에서 벗어난 사용자 환경(UX)은 과감히 제거해 다루기 편한 형태를 갖추도록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현재 데카르트 앱의 평균 체류시간은 20분이다. 이 정도면 그리 적지 않은 시간이라고 한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서비스 형태가 간편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병원에 가서 검사받기가 두렵고, 우려한 진단이 나오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다. ‘예비 치매노인’으로 사회에서 낙인 찍힐까 두렵다. 이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 앱을 찾는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병원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 데 검사는 한번 받아보고 싶고,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저희같은 서비스를 돈 내고 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현재 나온 헬스케어 서비스 대부분이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슷비슷한 일반적 서비스에 몰려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뇌 건강에 관심 있는 50대 여성으로 고객층을 한정 지었다면 타사는 굉장히 브로드하게 타깃팅을 하고 있다”면서 “특정 대상의 니즈를 충족시킬 보다 날카로운 타깃팅 상품·서비스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6월부터 서초 치매 안심센터에서 파일럿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필드테스트를 통해 제품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2024년까지 국내 유료 구독자 10만명을 확보하는 한편 KB스타터스를 통해 캐나다, 호주, 영국, 인도, 중국,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꿈도 꾸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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