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 장소였던 스위스의 한 호수 마을이 오버투어리즘(관광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통행료를 받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유럽 매체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 장소였던 인구 400명의 작은 호수 마을 이젤트발트에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결국 지자체가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9∼2020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남한 재벌 2세 윤세리(손예진)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젤트발트는 극 중 리정혁이 스위스 유학 시절 형을 떠올리며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의 배경이 됐다.
해당 작품이 한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최근 해외여행 수요까지 늘어남에 따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대거 늘어났다.
현지 관광 사무소 직원인 티티아 바일란트는 “관광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이젤트발트의 거의 모두가 관광객이 늘어나 기뻐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힘들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젤트발트는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고 우리는 계속 그렇게 유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을로 들어오는 관광버스가 늘면서 교통체증이 생기고 마을 진입로가 막히는 등 주민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사랑의 불시착’ 팬들이 부두에서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돈은 거의 내지 않는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결국 지자체는 사전 예약한 버스만 출입할 수 있도록 주차장에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호숫가 부두에는 개찰구를 설치해 5스위스프랑(약 7200원)을 지불해야만 부두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베네치아 등 해외 관광세 부과·인상 사례 늘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일부 유명 해외 관광지에선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세를 부과하거나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다음 달부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3~10유로(약 4150원∼1만 3850원)의 입장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는 지역 내 자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또한 지난 4월1일부터 관광세를 2.75유로(약 3800원)로 인상했다.
미국 하와이는 하와이주에 거주하지 않는 15세 이상 관광객에게 1년간 유효한 관광 허가를 내주되 50달러(약 6만4500원) 수수료를 받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수수료는 산호초 보수, 천연림의 병충해 예방, 하와이 명물인 돌고래와 거북이 보호를 위한 순찰 등 하와이의 자연환경 보호에 쓰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영국 멘체스터, 태국, 부탄 등에서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문 시 부과하는 관광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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