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준결승서 한 번씩 좌절…부임 7년 만에 첫 우승 안겨
“우승엔 운 필요…동전던지기같아”, “퍼거슨 경과 어깨 나란히 해 영광”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지쳤고, 평온하며, 만족스럽습니다. 우승하기 정말 힘드네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이끌고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달성하며 ‘UCL 잔혹사’를 끝낸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맨시티는 지난 10여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온 구단이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셰이크 만수르에게 인수되며 ‘오일 머니’의 힘을 등에 업은 이래 올 시즌까지 7차례나 EPL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UCL 무대에만 나가면 작아졌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UCL 우승을 2차례나 지휘한 과르디올라 감독을 2016년 사령탑으로 모셔 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맨시티는 UCL에서 잘 나가다가도 당시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팀들에게 맥없이 제압당하곤 했다.
2017-2018시즌 맨시티는 UCL 8강에서 리버풀에 져 탈락했다. 그런데 EPL에서는 리버풀에 승점 25나 앞서며 우승했다.
2020-2021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에 올랐는데, 첼시에 0-1로 져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맨시티는 이 시즌에도 EPL에서는 우승했는데, 첼시와 승점 차는 19였다.
2021-2022시즌은 정말 잔혹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상대로 치른 준결승 1차전에서 4-3으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3으로 지면서 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랐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UCL 결승전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1-0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한 경기도 지지 않는 단단한 경기력을 뽐내며 마지막에 웃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촉촉한 눈으로 우승컵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맨시티는 아울러 잉글랜드 팀으로는 1998-1999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이어 사상 2번째로 UCL 우승을 포함한 트레블(3관왕)을 이루는 위업도 달성했다. 맨시티는 앞서 EPL과 잉글랜드축구협회 FA컵에서도 우승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결승전 뒤 “올 시즌 우리 경기력이 최고 수준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 휴식기 뒤 한 단계 발전했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고 돌아봤다.
결승전은 쉽지 않았다.
공격을 조율하는 케빈 더브라위너가 다리 부상으로 전반 36분 물러났다.
역시 그가 부상으로 경기 중 이탈했던 2020-2021시즌 첼시와 결승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막판에는 로멜루 루카쿠 등 인터밀란의 공격수들에게 실점이나 다름없는 헤더를 몇 차례 허용했다. 하지만 에데르송이 선방쇼를 펼치며 맨시티의 승리를 지켜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에데르송을 비롯한 수비진이 놓쳤다면, 90분 내 승부를 보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운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마치 동전던지기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99년 맨유의 트레블을 지휘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이날 결승전 아침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응원 메시지에 감동했다. 유럽 트레블을 지휘한 감독으로 퍼거슨 경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에 대해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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