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이 2021년 5월 10대 마약사범들을 상대로 압수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사진=경남경찰청 제공 |
“마약이 전세계적으로 문제죠. 그런데 뾰족한 수가 없어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법이나 제도를 갖춰두고 처벌을 강하게 하고 있지만 마약 근절을 못하고 있잖아요. 결국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인식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아마 기성세대 중에 약물 관련 교육 제대로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의 말이다. 그는 2021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투약한 10대 청소년 42명을 검거했다. 올해는 10대 운반책 등 마약사범 100명을 검거하는 등 경찰 내 최고 마약 수사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 식욕억제제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담당 부처인 식약처는 단속을 강화하면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회도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적 준비에 더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상 마약 예방교육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강사는 지난달 기준 463명이다. 마퇴본부가 선발한 예방교육강사 136명과 법무부에서 선발한 법교육전문강사 327명이다. 520만여명에 달하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보건법 등에 따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급별로 매년 10시간의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전문강사가 없으면 담임교사나 보건교사가 담당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는 올해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마약류 관련 법교육을 1300회 실시할 예정이다.
마퇴본부 관계자는 “확보한 예산과 인력을 바탕으로 수업 참여 시수를 분석해 보면 최근 5년간 전체 초중고 약물 오남용 교육 수요의 5~7% 정도인 연간 4000회 정도를 마약퇴치운동본의 전문강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퇴본부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상대로는 마약류의 정의 오용·남용의 개념 △초등학교 고학년에 카페인 계열 물질 등을 학습하며 중독의 증상과 문제점을 △중학생부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따른 처벌과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고등학생을 상대로는 해외 여행과 클럽 방문시 주의점 등 성인에 가까운 교육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정신성 의약품 ‘프로포폴’/사진= 뉴시스 |
한 지방경찰청 마약전문 수사관은 “요즘은 배우 유아인 등 유명인들이 마약을 하면 유튜브나 틱톡에서 검색해서 보는데 알고리즘 때문에 이후에 마약 관련 정보가 계속 제공되고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유해한 정보와 아이들의 접촉을 막을 수가 없다”며 “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규 계장은 “고등학생들이 다이어트약을 나눠먹거나 먹다 남은 약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다가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정상적인 처방을 받아 투약하면 문제가 없지만 마약류에 대한 이해가 없이 행동하다가 경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많은 학생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은 후에 친구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행위는 ‘마약류 수수’에 해당한다. 마약류로 지정된 의약품을 의료인의 지도와 허가 없이 투약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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