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기로 한 기술 보호 대책 방향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 탈취 보호 대책이 처음이 아니지만, 관련 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스마트스코어, 닥터다이어리 등 대기업과 기술 탈취 분쟁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8일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간담회에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기부는 이날 기술 탈취 피해기업에 융자·보증을 최대 20억원까지 지원하고 탈취기업에 손해배상액을 3배에서 5배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기술 보호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스타트업을 초청해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분쟁이 발생하면 사실관계, 피해 여부, 금액산정 등을 스타트업이 다 직접 입증해야 한다”며 “(제도가 있어도) 스타트업 입장에서 법률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골프장 점수 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2월 카카오VX가 자사 서비스를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도 “NDA(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업하면서 NDA를 들이밀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NDA 표준양식, 절차 등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와 기술 탈취 분쟁을 겪고 있다. NHN과 분쟁을 겪었던 HMC네트웍스의 김견원 대표도 “NDA를 써도 대기업이 수정을 요청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와 별도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관련 대책에 대한 환영 입장과 함께 실효성 의문을 제기했다. 코스포는 “피해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업 초기 스타트업은 영업이익이 적기 때문에 손해를 계산·입증하기 어렵고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 나와도 근절 안 되는 기술탈취…3년간 피해 1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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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술 보호 대책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과 2018년에도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대책을 잇달아 발표했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도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 탈취에 대한 근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기부 기술보호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중소기업 기술 침해 피해사례와 액수는 127건, 643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알고케어를 시점으로 기술 탈취 피해를 호소하는 스타트업들의 이른바 ‘미투’ 호소가 이어지기도 했다.
조주현 차관도 “저만 해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기술 탈취 예방대책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정부가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근절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더 많이 노력할테니 스타트업들도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노력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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