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42일 전에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42.195㎞)에 도전해 우승을 차지한 시판 하산(30·네덜란드)이 트랙으로 돌아와 2023년 여자 10,000m 1위 기록을 작성했다.
하산은 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헹엘로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콘티넨털투어 FBK 게임즈 여자 10,000m 경기에서 29분37초80으로 우승했다.
개인 최고이자 이 종목 역대 2위 기록인 29분06초82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이 종목 기록 중에는 가장 좋았다.
그레이스 나와운나(케냐)가 29분47초42로 하산에 이어 2위를 했다. 나와운나는 여자 10,000m 2023시즌 2위로 올라섰다.
종전 2023년 이 종목 최고 기록은 미잔 알렘(에티오피아)이 지난달에 작성한 29분59초03이었다.
하산은 ‘신인류’ 또는 ‘개척자’라고 불린다.
트랙 중거리와 장거리에서 모두 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낸 그는 마라톤에 도전해 우승하며 세계육상을 놀라게 했다.
하산은 4월 23일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8분33초로 정상에 올랐다.
처음 도전한 마라톤 풀코스에서 엉덩이 통증을 느껴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동일인이 중거리 1,500m와 10,000m를 석권한 건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23년에는 도로종목인 마라톤에 도전해 월계관을 썼다.
6주 만에 트랙으로 돌아온 하산은 장거리 최강자의 입지를 다시 확인했다.
하산은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내 목표는 ‘열심히 달리는 것’이었다”면서 “나는 불과 6주 전에 도로종목인 마라톤 경기에 출전했다. 장거리 선수로 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트랙 훈련을 할 때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마라톤에서는 ‘자제하는 법’을 배웠는데 트랙에서는 다시 속력을 내야 했다”면서 “장거리 선수로도 내가 좋은 상태라는 걸 확인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마라톤에 이어 장거리 10,000m에서도 우승한 하산은 5일 중거리인 1,500m 경기에 출전한다.
그는 “1,500m 경기를 2년 만에 뛴다. 4분 안에만 경기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산의 1,500m 개인 최고 기록은 3분51초95다.
하산은 런던마라톤을 앞두고 “완주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10,000m 복귀전을 치르기 전에도 “30분 이내에 달리면 다행”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산의 ‘엄살’에 익숙한 육상 관련 미디어와 팬들은 1,500m에서도 ‘세계 정상급’ 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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