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도둑질” AI기술의 저작권 문제 지적…독자들 싸늘한 반응
플랫폼들 AI 활용 ‘눈치보기’…네이버웹툰·문피아, 공모전서 생성형 AI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웹툰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 기술을 활용한 웹툰들이 독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데 이어 네이버웹툰 아마추어 플랫폼에는 AI 웹툰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에서 지난 2일부터 3일 사이에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이름의 게시물이 60편 넘게 게재됐다.
도전만화는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이다.
‘AI웹툰 보이콧’은 제각기 다른 이용자 아이디로 게재됐으며, 모두 인공지능 기술 활용 웹툰이 지닌 문제점과 우려에 관해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게시물은 “AI가 만들어낸 그림은 단 한 장도 저작권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도둑질로 만든 AI 웹툰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웹툰에 올라간 작품들이 향후 AI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담겼다.
네이버웹툰은 이용약관 16조에 “회원이 네이버웹툰 서비스 내에 게시하는 게시물은 네이버웹툰 서비스, 관련 프로모션 등에 노출될 수 있고, 네이버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 조항이 향후 AI에 작가들 작품을 학습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웹툰 측은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공모전 출품작을 자사 AI 학습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고 활용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작품을 올려야 할 공간을 채운 ‘AI웹툰 보이콧’ 게시물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실시간 인기 도전만화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3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상위 10개 도전만화 중 7개가 ‘AI웹툰 보이콧’이었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보이콧 운동이 퍼지고 있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스토리 구상부터 배경과 채색, 선화 등 작화 작업, 초고 완성 후 이뤄지는 피드백, 번역까지 웹툰 제작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업계의 부푼 꿈과는 달리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네이버웹툰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작품들에 별점 테러가 이어졌다.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의 경우 후보정 과정에서만 AI 기술을 썼다는 제작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재 별점이 2.83점(10점 만점)이다. 이는 네이버웹툰에서 현재 연재 중인 요일웹툰 600여편 가운데 최하위다.
도전만화에 올라온 ‘팝콘예술고등학교’도 인물들의 상반신만 그려지는 등 생성형 AI를 쓴 듯한 어색한 컷들이 발견되자 비난이 쏟아졌고 별점은 1.70점에 그쳤다.
독자들은 저작권 문제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생성형 AI로 만든 그림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구도, 이상한 손가락 모양 등이 불쾌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웹툰 독자 김 모(37) 씨는 “AI가 그렸다는 것을 알고 나면 계속 ‘기존 작품들을 모아 베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고, 이물감도 느껴진다”며 “이런 부분을 계속 의식하게 되는 점이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독자 이 모(34) 씨도 “누가 그리든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AI가 그린 웹툰을 봤더니 불쾌감이 든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 속에서 주요 웹툰·웹소설 플랫폼들은 우선 공모전에서부터 AI 기술 활용을 금지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카카오웹툰은 ‘인손인그'(인간 손으로 인간이 그린) 웹툰만 받겠다며 게릴라 공모전을 개최했고, 네이버웹툰도 ‘지상최대 공모전’ 진행 도중에 2차 접수부터는 생성형 AI 기술 활용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네이버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는 현재 접수 중인 2023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에서 글은 물론 삽화도 생성형 AI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문피아는 “생성형 AI 결과물의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공모전 출품작에 있어 웹소설, 일러스트를 포함해 생성형 AI의 활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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