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가 출시한 증류식 소주 ‘개빡치주’와 ‘빡치주’ |
제품명에 비속어가 들어간 소주가 나오면서 비속어를 활용한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마트24는 지난달 ‘빡치주’, ‘개빡치주’라는 이름의 증류식 소주를 출시했다. 화난다는 뜻의 ‘빡치다’와 접두사 ‘개’를 한자 술 주(酒)자와 합친 이름이다. 왓챠 웹드라마 ‘좋좋소’에서 주인공이 만든 소주를 제품화한 것이다. 이마트24는 출시 당시 직장인의 빡침을 위로하는 술, 빡칠 때 찾는 술이라는 의미를 제품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빡치다’, ‘개빡치다’라는 표현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주류 명이나 패키지 라벨 등에 비속어, 욕설을 쓰는 건 과한 네이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식품 이름에 마약을 넣으면 안 되는 것처럼 제품 이름이 주는 이미지나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면서 “이름으로 주목도를 높였어도 기업은 이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일 순 있지만, 그런 의도로만 쓰이는 비속어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마케팅은 자극적이고 일시적이고, 제품 이름처럼 실제 내용물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유행어나 밈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소비자들과 소통할 순 있다”면서도 “소비자의 선택이 산업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장기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진 제품이 될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제품명이나 마케팅에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소비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학 전문가는 “비속어를 써서 특정 현상이나 문제를 풍자하거나 해학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단순한 비속어 사용은 상품 홍보에 자극적인 말을 계속 써도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이름에 법적 처벌까진 무리여도 비속어나 줄임말, 은어 사용을 줄이는 계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이에 대해 “이름에 속된 표현이 쓰여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 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근거로 든 규정은 식품표시관리법이다. 식품표시광고법 8조는 식품 명칭 등에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을 사용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표시”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비슷한 내용으로 국민건강증진법 8조 2항에 따르면 음주를 권장·유도하거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등을 주류 광고에 표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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